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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베이징에서 이승엽투런 넋놓고 바라봤던 우익수가 꿈꾸는 리벤지 게임

권인하 기자

입력 2021-06-21 14:31

수정 2021-06-22 06:56

베이징에서 이승엽투런 넋놓고 바라봤던 우익수가 꿈꾸는 리벤지 게임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지난 6월 16일 오전 11시.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 한국과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야구 대표팀의 멤버가 발표됐다.



13년만에 올림픽에서 열리는 야구경기.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팀을 금메달로 이끈 김경문 감독. 일본은 베이징에서 선수로 출전해 4위 굴욕을 맛보았던 이나바 아쓰노리 전 외야수가 지휘봉을 잡는다.

이나바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자주 했던 말을 반복하며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에서 진 빚은 올림픽에서 갚겠다."

이번 도쿄올림픽 일본 대표 24명의 선발에는 이나바 감독의 13년전 경험이 투영됐다.

이나바 감독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 "좋은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좋은 팀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나바 감독은 선수였던 베이징 올림픽 당시, 둔부에 부상이 있었다. 당시 그 상황을 알고 있었던 호시노 센이치 대표팀 감독은 이나바에게 전화를 해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지 안 나가고 싶은지 어느 쪽이냐"고 물었고, 이나바는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고 "다쳐도 해야겠다"는 각오로 대표팀에 참가했다.

이번 일본 대표팀에는 성적과 몸 상태를 봤을 때 뽑히기 쉽지 않는 선수도 있다. 투수로서는 마무리 투수인 야마사키 야수아키(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야수는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자이언츠)다. 둘은 2019년 프리미어 12 우승 멤버이고 이나바 감독은 당시 멤버를 바탕으로 이번 대표팀 명단을 결정했다고 한다. 대표팀에서 함께 해왔던 선수에 대한 신뢰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사실 베이징올림픽 때 일본 대표팀은 단결이 부족했다. 투수조에서는 코칭스태프의 투수 기용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선수가 있었고, 야수조는 선수간 큰 나이 차를 조절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당시 그것을 직접 느꼈던 이나바 감독은 프리미어 12에서 그런 역할을 완수한 야마사키와 사카모토를 뺄 수 없었다.

특히 사카모토의 경우 자신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고무시키거나 위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이나바 감독은 평가한다. 한국 대표팀이라면 베이징올림픽 때의 김민재(SSG 랜더스 코치), 프리미어 12 때의 김상수(삼성 라이온즈)가 해당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는 6개팀을 2개조에 나눠 예선전을 치르고 이후 패자전을 포함한 복잡한 방식의 토너먼트로 금메달 주인공을 결정한다.

최소 5경기로 끝날 수 도 있지만 최대 8경기까지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선발투수는 예선전 1,2차전을 빼고 미리 결정할 수 없는 일정이다.

이나바 감독은 이에 대해 "투수에게 언제 등판할 지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수와 잘 대화하고 컨디션 조절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부족했던 코칭스태프와 투수의 소통을 중요시 하겠다는 의사가 엿보였다.

이나바 감독은 "베이징에서 크게 아쉬움을 느낀 뒤 올림픽에서 야구가 없어졌는데, 야구가 부활한 도쿄올림픽에서 내가 감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큰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을 목표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극적인 결승 홈런을 우익수 자리에서 하늘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이나바 감독은 13년만에 다가온 리벤지 매치를 기다리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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