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1,2루 한화 정진호의 내야땅볼때 타구를 잡은 LG 유격수 오지환이 2루 베이스를 밟은 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한화 1루주자는 장운호.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4.25/
[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중요한 순간에서 수비의 성공, 실패는 경기 흐름은 물론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의 25일 대전 경기가 그랬다. 같은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보여준 번트 수비가 위닝시리즈를 갈랐다. LG는 멋진 플레이로 주자를 잡아냈고, 한화는 어이없는 미스가 결국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배로 연결됐다.
번트 수비는 약속된 플레이다. 수비수들이 약속된 장소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상황 파악과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무사 1,2루의 위기는 LG에 먼저 왔다. LG 선발 이민호가 4회까지 삼진만 8개를 잡아내면서 출루없는 퍼펙트 행진을 하다가 5회말 선두 4번 라이온 힐리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5번 이성열에겐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한화는 6번 장운호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장운호는 초구에 정석대로 3루쪽으로 번트를 댔다.
이때 LG는 3루수와 1루수가 모두 홈으로 달려오는 번트 수비 작전을 펼쳤다. 2루수가 3루 커버를 갔고, 2루수가 1루 커버를 갔다. 빠르게 대시한 3루수 김민성이 조금 빠른듯했던 장운호의 번트타구를 잡아 곧바로 3루로 뿌렸다. 미리 3루로 와있던 유격수 오지환이 공을 잡아 2루루자 힐리를 아웃시켰고 다시 1루로 공을 뿌려 병살을 노렸다. 장운호가 먼저 1루를 밟아 세이프. 1사 2,3루를 노렸던 한화지만 LG의 정확하게 이어진 약속된 플레이로 인해 1사 1,2루가 됐다. 이어 정진호의 2루쪽으로 향한 타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 병살로 끝냈다.
위기 뒤에 찬스. LG는 6회초 8번 한석현과 9번 정주현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1번 홍창기가 번트를 댔다. 투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타구. 하지만 1,2루 주자가 빠르게 뛰어 공을 잡은 한화 선발 닉 킹험이 던질 곳은 1루밖에 없었다. 그런데 1루에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다. 1루 커버를 들어가야 했던 2루수 강경학이 1루가 아닌 2루로 갔던 것. 홍창기가 번트 모션을 취하자 2루쪽으로 달려가던 강경학은 킹험이 공을 잡았을 때 1루가 비었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1루로 뛰어갔지만 반도 가기전에 이미 홍창기가 1루를 밟았다.
1사 2,3루가 돼야할 상황이 무사 만루가 되고 말았다. 어이없는 수비 미스로 인해 팀 분위기가 떨어지고 그동안 호투했던 선발 킹험의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올시즌 다양한 수비 시프트로 KBO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에겐 뼈아픈 실수였다.
2번 오지환을 1루수앞 땅볼로 유도해 3루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키며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LG에서 가장 찬스에서 강한 김현수를 이겨내지 못했다. 볼카운트 2B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135㎞의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이 통타당했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었다. 그랜드슬램. 팽팽했던 0의 행진이 깨지면서 LG로 승부의 추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