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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運:청소년운동]"배구가 좋은 백만가지 이유" 미사초 여학생들은 예뻤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8-12-13 17:09

수정 2018-12-1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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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좋은 백만가지 이유" 미사초 여학생들은 예뻤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지원하는 2018 여학생 스포츠배구교실 . 신민서 김예원 김세현 임예소 이서윤 김가온 임수현 정지윤 등 미사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배구공을 던져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하남=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좋아하는 선수요? 김연경 언니요! 꺄아아~."



지난달 20일 경기도 하남 미사초등학교 체육관, 대한체육회와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주관하는 여학생배구교실 수업 후 말괄량이 배구소녀 10명에게 둘러싸였다. 인터뷰 할 학생을 찾으려고 "1년 동안 배구가 제일 많이 는 사람!"했더니 "저요! 저요!" 10명의 아이들이 앞다퉈 손을 들었다. 결국 예정에 없던 '10대1' 인터뷰가 시작됐다. "배구가 좋아?" "네!" "중고등학교에서도 계속 할 거야?" "네!" "좋아하는 선수는?" "김연경이요! 꺄!"소녀들의 이구동성에 체육관이 떠나갈 듯했다. 배구 수업이 있는 수요일만 매일매일 기다린다는 미사초등학교 5-6학년 '배구사랑' 여학생들에겐 행복 에너지, 긍정 에너지가 넘쳐났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여학생 스포츠배구교실은 지난 2015년 첫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1~12월 전국 초중고 50개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 24회차 수업에 선수 출신 전문강사를 파견하고 공과 유니폼을 지원한다. 배구협회가 선수 출신들을 거주 지역 학교의 강사로 매칭하는 만큼 은퇴선수 일자리 솔루션도 된다. 학교 현장의 신청 열기는 뜨겁다. 윤충현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처장은 "올해 50개교를 모집했는데 140개교가 신청했다. 경쟁률이 3대1쯤 됐다. 학교장의 열의와 체육시설, 은퇴선수 지역 등을 고려해 대상학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배구가 인기를 끌면서 생활체육 현장에 여성 동호인들도 많아졌다. 초등학교 때 전문강사로부터 배구 기본기를 익힌 여학생들은 중, 고등학교 체육시간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어른이 된 후 지역 스포츠클럽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평생 운동습관이 이곳에서 시작되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은 전문선수로 발탁될 수도 있다. 협회 입장에서도 배구 팬과 저변이 동시에 늘어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주간 미사초 여학생들을 지도해온 실업배구 미도파 출신의 이성화 코치는 "학생수는 20명 , 출석률은 90% 이상"이라고 참여 열기를 전했다. "요즘에는 아이를 한두 명만 낳고 키우다 보니 이기적인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단체 종목의 아이들은 다르다. 속상해도 참을 줄 안다. 희생하고 헌신할 줄 안다"고 했다. "특히 배구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종목이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성격도 바뀌더라. 많이 칭찬해주고 함께 점프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다 보면 저절로 밝아진다." 이 코치는 여학생 배구 예찬론을 이어갔다. "여자아이들이 작은 손바닥으로 스파이크를 팡팡 감아때리면서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한다"며 웃었다.

여학생 체육교실을 직접 신청한 손수진 미사초 교사는 프로배구 서울 우리카드 팬이자 지역 동호인 배구팀 현역선수로 활약중인 생활체육인이다. 체육의 가치를 아는 손 교사는 "여학생 배구교실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점은 여기에 오면 우리 아이들이 활짝 웃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수업 끝나면 학원에 간다. 처음엔 신청자가 적어 모집도 하러 다녔다"고 고충을 전했다 "체육활동이 잘 되려면 학교장의 열의가 중요하다. 우리학교 김순이 교장선생님이 여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적극 지지해주셨다. 학교 안에 좋은 체육관과 체육회에서 지원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학원 대신 배구교실에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께도 감사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브, 리시브 연습을 하더니 두 팀으로 나뉘어 양보없는 3세트 실전을 이어갔다. 득점이 나올 때마다 신나는 하이파이브,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코트 위 아이들의 행복감은 상상 이상이다. 처음에 공을 네트 너머로 넘기지도 못하던 소녀들이 이젠 스파이크도 거침없이 때려낼 줄 알게 됐다. 6학년 주장 신민서양(12)은 "딱 한번 빼먹고 수업에 다 참가했어요. 처음엔 언더패스만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다 잘해요. 스파이크도 할 수 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임수현양(11)은 "코치 선생님이 정말 잘 가르쳐주세요. 장난도 이해해 주시고, 못해도 격려해주시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좋아요"라고 했다. 5학년 정지윤양(11)은 "저는 서브가 많이 늘었어요.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나와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따라하다 보니 저절로 잘하게 되던데요"라며 웃었다. 소녀들이 저마다 굳은살이 박힌 고사리 손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스파이크 할 때요. 빨갛게 되긴 하는데 안 아파요. '딱' 치면 '팡' 소리가 나면서 너무너무 시원해요!" 민서, 예원이, 세현이, 예소, 서윤이, 가온이, 수현이, 지윤이… 하나같이 밝고 맑고 예뻤다. '땀 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는 학교체육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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