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체조장에서 만난 김한솔(28·서울시청)은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파리올림픽 메달 봤냐는 질문에 "네!"하며 싱긋 웃는다. '럭셔리, 디자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파리올림픽, 메달 디자인도 특별하다. 명품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한 메달 정중앙엔 에펠탑 고철 조각이 박혀 있다. 파리의 메달리스트들은 저마다 에펠탑 한 조각씩 가슴에 품고 금의환향한다. 실물 메달을 보고 싶단 말에 김한솔이 미소 지었다. "제가 메달 따서 보여드릴게요."
파리는 리우, 도쿄에 이은 김한솔의 3번째 올림픽이다. 아홉 살 때 처음 체조를 시작한 후 12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맨몸 하나로, 밟고, 구르고, 뛰는 종목' 도마, 마루가 주종목인 선수들은 철봉, 안마 등 기구종목에 비해 단명한다. 아킬레스건, 햄스트링, 팔다리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김한솔과 금메달 경쟁을 펼쳤던 '일본 에이스' 시라이 겐조도 조기은퇴했다. 김한솔은 부상에도 강인하게 살아남았다. 2020년 손목 부상으로 도마를 짚지도 못하는 상황, 도쿄올림픽이 미뤄진 덕분에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22년 전국체전 후 왼팔꿈치 뼈를 깎는 수술을 미루며 재활의 고통을 감내한 채 나선 항저우아시안게임 마루 종목에서 보란듯이 2연패에 성공했고, 수술 후 세 번째 올림픽의 꿈까지 이뤘다. 조성민 남자체조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3회 출전은 대단하다. 삼세번,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집중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목표의식도 또렷하다"고 귀띔했다.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비롯,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등 지난 12년간 세상의 모든 메달을 수집한 '스마일가이' 김한솔에게 유일하게 없는 게 바로 올림픽 메달. 김한솔은 "올림픽 출전도 올림픽 메달도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리우에선 경쟁자를 의식하고 금메달만 생각하다 예선탈락했고, 도쿄에선 결선에서 실수하며 6위로 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매번 한 단계씩 올라갔으니 마지막 세 번째는 파리에선 메달을 딸 차례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다른 메달은 다 있는데 올림픽만 없다. 어쩌면 마지막이기도 하고 제일 간절한 올림픽이 될 것같다"고 했다. "예전엔 떨리면 덤벙댔는데 이젠 떨리고 몸이 긴장되면 더 잘 된다. 노련함이 생긴 것같다"면서 "지난 올림픽도 지금처럼 준비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같다. 잘 준비하고 있고 느낌이 좋다"며 자신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