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믿을 구석은 있다. 양궁이다. 올림픽 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리커브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양궁이 목표 달성을 할 경우, 2021년 도쿄대회에서 기록한 금메달 6개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믿었던 양궁이 무너지면 우리나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파리에서 양궁 성적표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 양궁은 23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막을 내린 2024년 현대 양궁월드컵 3차 대회를 통해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렀다. 일단 남녀 단체팀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강의 면모를 입증한 것은 성과였다. 준결승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여자 대표팀은 23일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단 한 발의 실수 없이 6대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 2차 월드컵에서 중국에 밀려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던 여자 대표팀은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려를 날렸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고민은 경험이다.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는 단 한명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월드컵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건 무려 10년 전인 2014년 파이널이 마지막이다. 1, 2차 대회에서 모두 개인전 정상에 올랐던 '에이스' 임시현(한국체대)가 32강에서 일격을 당한 가운데, 전훈영(인천시청)과 남수현(순천시청)은 나란히 8강에서 멈췄다. 이번 여자대표팀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난 날부터 있었다. 전훈영 남수현의 국제대회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이 이날 처럼 무너질 경우, 나머지 선수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이같은 우려를 날려버릴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