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서 또 다른 '평창 신화'를 꿈꾸는 태극낭자들이 있다. 김지수(27) 권예지(27) 박경란(25) 이수정(24) 오혜빈(24·이상 서울시장애인체육회)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데플림픽 여자 컬링팀이다. 이들은 3월 2~12일 튀르키예 에르주룸에서 열리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올림픽, '2023년 에르주룸 동계 데플림픽'에서 2연속 메달, 한국의 역대 첫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결단식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팀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015년 러시아 한티만티스크, 2019년 이탈리아 발테리아·발치안벤나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참가하는 이번 대회 목표로 '첫 은메달과 역대 최고 성적'을 잡았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9년 대회 때의 동메달 1개와 종합 순위 16위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은메달에는 큰 관심이 없는 눈치다. 메달색을 동에서 금으로 바꾸길 기대하고,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믿음의 근원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케미'다. "영미!" "헐~" 같은 외침은 없지만 현란한 수어와 밝은 미소, 얼음판의 눈빛 호흡은 소리없이 강하다. 2019년 대회에서 한국 역대 최초의 동계데플림픽 메달(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팀은 같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다. 이수정은 "우린 눈빛만 봐도 통한다. 단점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오혜빈은 막내다운 활발한 성격으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이수정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소화한다. 안경을 쓴 박경란은 모두가 인정하는 노력파. 맏언니인 김지수 권예지는 동생들을 다독인다. 김지수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는 박경란은 "지수 언니는 내 인생에 없어선 안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기쁜 일은 서로 나누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버팀목이 되어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의 크기가 커진 만큼 실력도 쑥쑥 성장했다. 여자 컬링팀은 지난달 동계체전에서 3연패와 함께 대회 MVP 영예를 안았다.
꿈의 데플림픽에 도전하는 이들은 또 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최용석(44·경기도 장애인스키협회)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3회 회장배 전국장애인스노보드대회 스노보드크로스(SBX) 1위, 제19~21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 3연속 2관왕(대회전, SBX)에 오른 자타공인 최강자다. "지인들이 4년 전 대회 코치로 참가하면서 자연스레 데플림픽을 알게 됐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세계 U대회에 코치로 참가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늦은 나이에도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는 말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노보드 관련 사업도 한다는 최용석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꼭 메달을 따오라더라"며 "19세부터 보드를 타기 시작해 이제 25년차다. 메달을 따면 나와 가족에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