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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완!" 장애인 PT 어디서?더많은 근육남녀를 만나기 위해선[장애인체육 맛집을 찾아서]

전영지 기자

입력 2022-12-05 11:48

수정 2022-12-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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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완!" 장애인 PT 어디서?더많은 근육남녀를 만나기 위해선
김종준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문위원(왼쪽)이 이용로 디딤터 재활운동센터장의 지도에 따라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흔히 'PT'라는 줄임말로 통용되는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ning)이 비장애인들에게 대중화된 지는 이미 오래다. 1대1 강습에 평균 5만~8만원, 적잖은 비용이지만 단기간에 정확한 동작을 배우고, 맞춤형으로 확실한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개인화' 운동법에 건강과 근육에 진심인 남녀노소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PT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장애인 이슈와 마찬가지로 비용과 인식, 환경의 장벽이 있다.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이하 장스강) 신청이 지난달 24일 마감됐다. 내년부터 전국 만 19~64세 장애인에게 1년 내내 월 9만5000원을 지원하는 '장스강'을 무려 1만5000여명이 신청했다. 1만4000명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모두의 스포츠' 시대, 저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장애인들의 PT가 가능한 운동시설이 있을까. 이동은 어렵지만,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의 PT도 가능할까. 장애인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하면 갖춰질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의 답을 찾고자 12월초 경기도 하남시의 한 민간 체육시설을 찾았다.



▶"다친 후 첫 PT, 삶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디딤터 재활운동센터는 27세에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된 보디빌더, 장애인 1호 체육학 박사인 이용로 센터장이 지난 4월 야심차게 마련한 '어울림' 스포츠 센터다. 중증장애인의 PT 수업도 가능한, 국내에 몇 안되는 센터다. '한팔 비너스'로 스타덤에 오른 장애인 피트니스 챔피언 김나윤씨도 이 센터장의 지도를 받았다.

'장애인 비장애인의 어울림 체육시설'을 표방하는 이곳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구비돼 있다. 특히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센터장이 직접 개발하고 개조한 유산소 운동기구들이 빼곡하다. 서울 강남에서 600평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던 이 센터장이 '어울림 센터'를 하남에 연 건 장애인 주차장 확보 등 '접근성' 때문이다. 이곳에선 비장애인들의 척추 질환 재활, 체형교정, 몸매 만들기는 물론 선수 트레이닝과 척수 장애인, 하반신마비 장애인의 잔존기능 강화운동을 이끌고 있다. 척수 장애 당사자의 경험치에 장애 특성, 해부학에 대한 지식이 필수인 1대1 PT는 50분간 진행된다. 무엇보다 신축 건물 6층에 사방이 통유리로 탁 트인, 햇살 드는 '공원 뷰' 운동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이날 서울시척수장애인협회의 '일상홈' 프로그램(중도장애인의 일상복귀 지원)의 일환으로 '디딤터'를 찾았다는 윤경희씨(48)는 사고로 경추장애인이 된 후 1년 반만에 처음 운동을 해본다고 했다. 팔을 앞으로 뻗는 동작도 두려워 하던 그녀는 리클라이너 침대에서 20번씩 3세트 윗몸일으키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발갛게 볼이 상기된 채 "기분이 너무 좋아요. 몸이 나아지는 게 느껴져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라며 미소 지었다. 윤씨의 코치로 동행한 김아라씨(31) 역시 스키에르고(노르딕스키 훈련용)를 개조한 휠체어 전용 유산소 기구에서 팔과 상체운동으로 200m를 달린 후 "심장이 터질 것같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다친 지 8년 됐는데 운동은 처음이다. 집 근처에 이런 기구가 있는 센터가 있다면 퇴근 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휠체어럭비 레전드' 출신으로 서울시척수장애인협회에서 일하는 홍태표씨 역시 집에서 꽤 먼 이 센터에 틈날 때마다 들른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채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곤 없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데 집 근처 헬스장에 갔다 퇴짜 맞은 적이 있다. 경수 장애는 그립이 안된다. 운동에 제약이 있으니 웬만한 체육시설에선 안 받아준다"고 현실을 짚었다. "휠체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와 시설이 각 시도에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을 '환자'로 보는 세간의 편견을 지적했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것이지 아픈 게 아니다. 영구장애는 낫는 게 아니다. 장애 후 잔존 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이 중요한데 이걸 할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장애인 운동 전문가도, 운동할 장소도 없다. 그래서 이런 시설을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에게 운동은 곧 '삶'이다. 살기 위해 운동법을 배워야 하고, 건강과 소통, 삶의 질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일수록 전문가의 '맞춤형' PT는 더욱 필요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디딤터' 역시 '장스강' 가맹점이지만 장애인 PT의 고비용 구조를 깨기가 어렵다. '장스강' 월 9만5000원은 PT를 원하는 중증장애인에겐 1회도 부족한 금액이다. 이 센터장은 "1대1 PT가 대중화됐지만 중증, 척수장애인의 경우 안전을 위해 기본 1대3이다. 비용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의 한 달 스케줄러엔 빈 시간이 없었다. "PT를 받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온다.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장소도, 비용도,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장애인 전문 PT 3개월 수강 후 달라진 것들

'디딤터' 열혈회원 중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28년째 IT 업무에 종사해온 '국가유공자' 김종준 전문위원도 있다. 20대에 군대서 절단 사고를 당한 이후 꾸준히 운동을 즐겨온 자타공인 '스포츠 마니아'다. 수영, 핸드사이클, 휠체어배드민턴 등을 10년 넘게 해왔고, 지난 10월 울산장애인체전엔 핸드사이클 선수로 나서기도 했다. "'평창 금메달' 신의현 선수와 같은 등급인 H5"라더니 "체전에선 훈련양이 부족해 꼴찌했다"며 하하 웃었다.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 사업주체인 공단 직원의 생활체육은 '덕업일치'다. 지난 9월부터 매주 2~3회, 퇴근 후 센터를 찾아 PT를 받고 있다. "가슴, 팔뚝 근육도 생기고, 몸에 밸런스가 잡히고, 무엇보다 건강해지니 가족들이 좋아한다"며 웃었다. "PT로 체력이 좋아지면 사이클도 더 잘 타게 될 것이다. 내년 체전에선 메달을 노릴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 역시 "동네 헬스장에 갔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칠까봐 그런다니 이해는 가지만, 장애인 누구나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단의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 사업이 매년 확대되고,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더 많은 시설에 '디딤터'처럼 휠체어운동이 가능한 운동기구와 프로그램, 지도자가 더 많이 보급되길 바란다. 생활체육지도사들이 장애인체육지도사 자격증도 함께 따도록 장려해, 장애-비장애인 모두를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전국 공공 체육시설에 장애인 전문 운동기구와 프로그램, 전문 지도자들이 의무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수원 보훈재활체육센터에도 장애인 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는데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 노년층 회원이 많다.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평생을 이어온 운동의 효과를 역설했다. "건강은 당연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게 좋다"고 했다. "'운동친구'들과 함께 달리고, 밥 먹고, 소통하면서 삶이 풍성해졌다"면서 "'이 박사님'께 열심히 배워 PT 자격증도 따고 싶다. 내가 배운 운동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나눔의 의지도 함께 전했다. 이 센터장은 '디딤터'를 교육-서비스업으로 등록했다.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장애인들의 운동법을 제대로 가르칠 전문인력을 양성해 반다비체육센터 등 현장에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장애인은 다 다르다. 장애인의 수만큼 다양한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가 존재한다. '보편적' 장애인 체육정책 집행이 어려운 이유다. 정종량 문체부 장애인체육과 사무관은 "현재 대다수 체육시설의 평균 수강료가 12만~15만원선이다. '장스강' 지원금액이 평균수강료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정책 목표"라면서 "향후 중증장애인, 유형별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더 촘촘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장스강' 5년차에 접어든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가맹시설을 충분히 확보해나가는 한편,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와 함께 "올해부터 개소되는 전국 시군구 반다비체육센터의 가맹시설 등록을 독려하고 시설, 프로그램을 확충해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남(경기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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