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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몸이 간질간질"'패럴림픽 9연패 역사 도전'보치아대표팀의 자신감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8-27 16:13

"몸이 간질간질"'패럴림픽 9연패 역사 도전'보치아대표팀의 자신감
리우패럴림픽 정호원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선수들이 '몸이 간질간질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빨리 경기를 하고 싶대요."



대한민국 보치아 대표팀을 이끄는 임광택 감독(46)은 27일 도쿄 패럴림픽 첫 경기를 앞두고 기대와 설렘으로 찬 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보치아는 도쿄에서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중증 뇌성마비 선수들이 출전하는 보치아는 골볼과 함께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종목이다. 빨간색 공 6개와 파란색 공 6개를 가지고 흰색 표적구 '잭'에 가깝게 굴려 점수를 따는 경기다. 구슬치기와 컬링을 결합한 듯한 방식이다.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보치아 강국이다.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도쿄올림픽에서 여자양궁이 단체전 9연패 위업을 썼듯이 보치아 역시 도쿄 하늘에 9회 연속 태극기를 휘날리겠다는 각오다.

대표팀은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리는 개인전 예선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정성준(스포츠등급 BC1)이 첫 주자로 나서고, '보치아 월드스타' 정호원(BC3)과 김한수(BC3)도 출격한다. 정호원은 2016년 리우패럴림픽, 2016년 베이징세계선수권, 2018년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휩쓴 그랜드슬래머다. 2008년 베이징 대회 2인조 금메달, 2012년 런던 대회 개인전 은메달. 2016년 리우대회 개인전 금메달 등 출전한 3번의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도쿄행을 앞두고 "개인-단체 금메달 2개"라는 야심만만 출사표를 던졌다.

예선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보치아 대표팀 선수 6명은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의 웜업존에서 1시간 50분가량 마지막 점검을 하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임광택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제 대회다. 그간 국내 대회도 열리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걱정이었는데,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또 선수들이 경기를 빨리하고 싶다고 해서 나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보치아의 세부 종목은 선수들의 스포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1∼BC3은 뇌병변 장애, BC4는 운동성 장애를 가진 경우다. 중증장애인이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는 만큼, 보치아 대표팀은 경기를 위한 훈련뿐 아니라 KF94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치르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는 훈련까지 해야 했다.

임 감독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어지럼증도 호소했고, 호흡이 안 돼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매일 15분씩 복식호흡 훈련을 했다. 호흡 근력을 기르는 기구를 이용해 훈련하기도 했다"고 했다.

선수촌에서는 타액 샘플을 제출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는데, 선수들이 침 뱉는 것도 어려워해 일본 입국 3주 전부터는 타액 뱉는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도쿄 대회를 위해 선수들이 5년을 준비했고, 코로나19 예방 수칙도 지켜가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고 애틋함을 드러내고는 "선수들을 믿는다. 꼭 9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지도자가 9연패를 달성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밝힌 포부다. 리우 대회보다도 선수들의 각오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보치아 대표팀에서는 대회 개막 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개막일이던 24일, 첫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던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척수에 혹이 발견되며 메달의 꿈을 뒤로한 채 귀국했고, 수술을 받았다. 26일 수술을 잘 마쳤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임 감독은 "떠나기 전 대성통곡을 하고 울음바다가 됐었는데, 건강이 우선이다 보니 귀국을 결정했다"며 "영진이 어머니가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영진이가 어머니께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어했었는데, 어머니께서 금메달보다 건강이라는 선물을 주시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진이는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돌아가기 전에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해) 파리 에펠탑에서 만세를 부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노영진과 함께 황정현 수석코치도 귀국했다. 임 감독은 "남은 선수들과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의기투합하고 있다. 목표한 성적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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