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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코멘트]신혼 대신 올림픽 택한 투혼의 양효진 "오늘은 안 울고 싶었는데…"

박상경 기자

입력 2021-08-07 16:45

수정 2021-08-08 11:07

신혼 대신 올림픽 택한 투혼의 양효진 "오늘은 안 울고 싶었는데…"
연합뉴스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세계 4위의 성과를 올린 여자 배구 대표팀, 양효진(32·현대건설)은 김연경(33·상하이) 못잖은 존재감으로 힘을 보탰다.



양효진은 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펼쳐진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에 출전해 분투했으나 팀의 0대3 패배로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양효진은 세르비아전을 마친 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양효진은 "오늘이 마지막 대표팀 경기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잘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아쉬운 경기라 속상하지만, 그동안 준비를 잘 한대로 대회를 치러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선 "보스코비치가 워낙 강해 그 선수를 막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역시 큰 경기다 보니 긴장감이 컸고, 우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게 되면 뭔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그렇다"면서도 "이제껏 우리 선수들이 해온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라바리니호는 V리그 일정을 마치기 무섭게 소집돼 발리볼 네이션스리그-합숙 훈련-올림픽 출전으로 이어지는 고된 여정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올림픽을 준비했고, 결국 세계 4위의 값진 성과를 올렸다. 지난 4월 결혼한 양효진은 졸지에 남편과 생이별을 하는 상황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양효진은 "시즌 끝나자 마자 4개월 간 통제된 상황에서 훈련을 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선수들끼리 신뢰가 컸고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마무리도 잘 했다. 즐겁게 끝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 선수들은 덤덤하게 서로를 위로하며 마지막 기념촬영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양효진은 "패한 뒤엔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경기 직후엔 서로 아쉬움을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를 보면서 감정이 복 받쳤던 것 아닌가 싶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경기를 마친 뒤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차분하게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양효진은 "오늘은 안 울고 싶었는데…"라면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아닌가. 어릴 때는 기회가 많았지만 나는 지금 황혼기다. (경기 후) 지금까지 해온 게 많이 생각났다"며 울먹였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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