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지바 현장인터뷰]흐느껴 운 맏형 류한수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8-03 13:41

수정 2021-08-03 13:41

more
흐느껴 운 맏형 류한수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g 16강 경기가 3일 지바 마쿠하리메세A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류한수가 이집트 엘 사예드와 경기에서 6-7로 패하고 있다. 지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8.03/

[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3일 류한수(33)와 모하메드 이브라힘 엘 사예드(이집트)의 도쿄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 16강전이 열린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류한수는 세상이 무너진 듯 매트 위에 주저앉았다. 일어설 힘도 없는 듯 그대로 쓰러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매트에 들어섰던 '맏형' 류한수. 그는 그렇게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16강 무대를 마감했다.

류한수는 자타공인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다. 그는 '동갑친구' 김현우와 함께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 왔다. 세계선수권대회(2013·2017년), 아시안게임(2014·2018년), 아시아선수권(2015년)을 석권했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4번째 그랜드 슬램의 주인공이 된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국 레슬링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류한수 역시 코로나19 확진 뒤 완치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한국은 단 두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류한수는 그레코로만형 130㎏급의 김민석(28)과 단 둘이 일본 땅을 밟았다. 제대로 된 훈련조차 어려웠다. 그의 어깨에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류한수는 시작 전부터 운이 좋지 않았다. 대한레슬링협회에 따르면 올림픽 해당 체급 출전 선수가 기존 16명에서 17명으로 한 명 늘어났다. 두 명의 선수가 32강 격인 사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는 추첨으로 정했는데 류한수가 걸렸다. 류한수는 사전 경기에서 압델라멕 메라벳(알제리)을 8대0 테크니컬 폴로 제압했다.

16강전. 상대는 모하메드 이브라힘 엘 사예드였다. 류한수는 경기 시작 20초 만에 메치기를 당하며 0-4로 밀렸다. 뒤이어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잃었다. 점수는 0-6. 류한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들어 거세게 상대를 몰아 붙였다.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6-7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승패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류한수는 6대7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마친 류한수는 지친 모습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류한수는 한 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차오르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했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 그렇게 2분. 류한수가 가까스로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류한수. 그는 "마지막 올림픽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려고 했다. 초반에 대량실점을 했다. 따라가려다보니 잘 되지 않았다. 상대가 지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챔피언이다' 이런 생각을 되뇌면서 끝까지 따라가려고 했다.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류한수는 2016년 리우에서도 8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리우 때의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 맏형이다. (김)현우와 약속한 것도 있다.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후회가 남을 것 같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나와서 원팀으로 '으?X으?X'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조심했어야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 나이가 너무 많다. (파리올림픽은)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선수는 내일 그만두더라도 오늘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배웠다. 금메달만 보고 왔다. (패배 뒤) 하체가 두 번 풀렸다. (패자부활전을 간다면) 열심히 하겠다. 죄송하다"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