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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허리에 철심 박고도 멈추지않은 탱크'신재환의 金,가장 보통의 선수들에게 희망을!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8-03 00:53

수정 2021-08-0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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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철심 박고도 멈추지않은 탱크'신재환의 金,가장 보통의 선수들에게…
[올림픽] 신재환 '금메달이에요'<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실 (신)재환이는 허리에 철심을 박고 있다"



도쿄올림픽 도마 결선을 며칠 앞두고 세상 씩씩, 세상 튼튼해보이는 '도마신성' 신재환(23·제천시청)의 컨디션을 물었다. "예선처럼 잘해낼 것"이라며 믿음을 표한 신형욱 남자체조대표팀 감독은 문득 허리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때 허리 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체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허리에 핀을 박은 채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신 감독은 "재환이는 허리 유연성이 떨어지는 체조선수로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도마에서 최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게 된 선수"라고 설명했다.

투혼의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남자 결선에서 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선 진출자 8명 중 6번째로 포디움에 섰다. 1차 시기 파이널리스트 중 가장 높은 난도 6.0점의 '요네쿠라(손 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세바퀴반 비틀기)' 기술, 착지가 살짝 흔들렸지만 서는 데 성공했다. 난도 6.000점, 수행점수 8.833점, 감점 -0.1점이었다.

2차 시기, 가장 자신 있는 난도 5.6의 '여2(손 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돌며 두 바퀴반 비틀기)' 기술을 깔끔하게 구사했다. 난도 5.600점, 수행점수 9.233점. 합산 14.833점을 받았다. 1-2차 시기 평균 14.783점으로 연기를 마친 6명 중 1위. 7번째, '백전노장'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이 나섰다. 1차 시기 14.766점, 2차 시기 14.800점, 1-2차 평균점수 14.783점으로 신재환과 똑같았다.

동률시 1-2차 시기 점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우위를 점한다는 타이브레이크 규정에 따라 2차 시기 14.833점의 최고점을 받은 신재환이 14.800점의 아블랴진을 0.033점 차로 뛰어넘고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양학선 이후 대한민국 체조가 9년만에 도마 금메달을 찾아왔다.

양학선의 한체대 직속 후배 신재환은 양학선을 롤모델로 양학선의 길을 꿈꾸고 걸어온 도마 전문선수다. 타고난 체조 천재는 아니지만 도마 재능만은 타고 났다. 신형욱 감독이 2017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탁월한 도마 재능을 알아보고 뚝심으로 발탁한 신재환은 지난 4년간 폭풍성장을 이어왔다. '올림픽 챔피언' 양학선과 함께 선수촌에서 땀흘리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양학선은 "재환이도 이제 제 기술을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도하월드컵, 멜버른월드컵 등 실전 경험을 통해 신재환을 단련시켰고, 랭킹포인트도 꾸준히 쌓아가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2018~2020년 도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지난 6월 '종목별 도쿄행 티켓'을 확정 짓는 카타르 도하월드컵에서 신재환은 '요네쿠라' 기술의 실소유주인 '우승자' 일본 요네쿠라 히에노부와 랭킹포인트 동률을 이뤘으나 최고 성적 3개 대회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는 규정에 따라 0.07점차로 첫 올림픽행을 확정지었다.

신 감독은 신재환을 가리켜 "탱크 같은 선수"라고 했다. "한번 기세가 오르면 멈출 줄 모르고, 때로는 조절해줘야 할 만큼 급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체력도 좋다. 기술 훈련을 시작하면 20분씩 쉴 새 없이 뛰는 노력파"라고 설명했다.

지도자의 혜안과 특별한 노력이 있었을 뿐, 깜짝 금메달을 딸 때마다 나오는, 만화같은 '천재론' 같은 건 없었다.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에게 어느날 하늘에서 동아줄같은 기회가 내려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허리에 철심을 박은 채로 하루에 도마를 30번씩 뛰고, 선배 양학선의 도마 영상을 보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날아올랐던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올림픽 티켓 결정, 도마 예선, 그리고 마지막 도마 결선까지 무려 3번의 동률에서 '타이 브레이크'는 언제나 '신'의 편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 반드시 천재나 신동이 아니어도 좋다. 신재환은 오늘도 한계에 도전하는, 가장 보통의 체조선수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의 증거가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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