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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체전이기에 가능한 배드민턴 지존들의 '어색한 만남'

최만식 기자

입력 2019-10-10 06:00

체전이기에 가능한 배드민턴 지존들의 '어색한 만남'
고성현-신백철.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어제까지만 해도 둘도 없는 동료였는데 적으로 만났다.

국제무대에서는 남 부럽지 않는 성적을 내지만 우리끼리 붙어보니 뒤죽박죽이다.

한국 배드민턴에서 흥미로운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 전국체전이기 가능한 진풍경이다.

제100회 전국체전의 배드민턴 종목은 경기 수원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른 배드민턴 전국대회와 달리 전국체전에서는 남녀 고등·대학·일반부 선수가 출전하고, 단체와 복식 2개 종목에서 각 소속팀 연고지(시·도)의 명예를 걸고 싸운다.

단체전에 앞서 복식 경기가 먼저 끝난 가운데 남고부 이병진-진 용(충남), 여고부 안세영-유아연(광주), 남대부 서승재-임수민(전북), 여대부 이단비-이헤나(서울)이 각각 우승했다.

주니어대표팀의 차기 에이스 진 용(당진정보고 1년)을 비롯해 최연소 국가대표 안세영(광주체고 2년), 국가대표 간판 남자복식 서승재(원광대) 등은 평소 명성으로 볼 때 예견된 결과였다.

관심을 모았던 일반부에서는 경북 대표인 고성현-신백철(김천시청)과 충남 대표 김혜정-백하나(MG새마을금고)가 각각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반부의 강호는 대부분 국가대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코리아오픈에서 올림픽 출전권 랭킹 포인트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곧바로 전국체전을 맞아 소속팀 연고지역으로 헤쳐 모이다 보니 '어색한 만남'이 속출했다.

최솔규와 짝을 이룬 이용대(요넥스·서울)는 4강에서 김기정-김원호(삼성전기·부산)와 만났다. 3년 전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 중인 이용대가 현재 국제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이가 김기정이다. 대표팀에서 서승재와 복식조인 최솔규는 지난 25일 코리아오픈 32강전에서 이용대-김기정 조와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여 2대1 역전승을 했다.

그랬던 그들이 적에서 동지, 동지에서 적으로 서로 바뀐 뒤 다시 만나 이용대-최솔규가 2대0으로 압승을 거뒀다. 기구한 만남은 결승에서 재현됐다. 결승 상대가 고성현-신백철이었다.

고성현은 과거 국가대표 시절 이용대와 세계 1위를 달렸었다. 각각 은퇴 이후 같은 소속인 고성현-신백철은 고정 콤비로 국제대회를 다니고 있다. 지난 코리아오픈에서 1회전(32강) 탈락했던 고성현-신백철이 체전에선 정상에 섰다.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선 가운데 이용대 부상으로 인한 상대의 기권으로 획득한 금메달이지만 여전히 국내 최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한 셈이다.

여자복식에서는 희비가 거세게 엇갈렸다. 국내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5위 이소희-신승찬(인천국제공항·인천)이 준결승에서 김혜정-백하나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번 전국체전 배드민턴에서 최고의 파란을 일으킨 팀이 김혜정-백하나라는 게 배드민턴계 중론이다.

백하나는 소속팀에서 김혜정과 짝을 이루지만, 대표팀에서는 김혜린(인천국제공항)과 지난 6월까지 호흡을 맞췄다. 이후 대표팀 방침에 따라 대선배 정경은(김천시청)과 새로운 조를 구성해 랭킹을 올리는 중이다. 반면 백하나의 짝이었던 김혜린은 정경은의 단짝이던 장예나(김천시청)와 재결성해 지난 코리아오픈에서 세계 1위조를 2주 연속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필 김혜정-백하나의 결승 상대가 장예나-정경은이다. 백하나 입장에서는 새로운 짝인 '경은 언니'를 적으로 맞이했다. 장예나-정경은은 대표팀에서 이별한 지 3개월 만에 재결합했다.

결과는 21-17, 21-12로 김혜정-백하나의 완승이었다. 대표팀에서 왕언니로 현역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웬만해서 밀리지 않았던 장예나-졍경은은 김혜정-백하나란 '복병'에 당한 셈이 됐다.

그런가 하면 코리아오픈에서 이소희-신승찬을 꺾고 우승했던 공희용(전북은행)은 같은 소속팀 윤민아와 짝을 이뤄 전북 대표로 출전했지만 이소희-신승찬에게 져 1회전(16강) 탈락했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국내 복식의 경우 거의 비슷한 실력으로 물리고 물리는 데다, 파트너에 따라 경기력이 들쭉날쭉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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