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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혁신위 브리핑 나선 이영표 위원 "스포츠가 공부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9-07-17 11:40

수정 2019-07-17 16:14

스포츠혁신위 브리핑 나선 이영표 위원 "스포츠가 공부다"
진지한 표정으로 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 제시하는 이영표<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종합청사(광화문)=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스포츠가 공부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17일 오전 10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스포츠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스포츠클럽 활성화 권고'를 발표했다. 이날 권고안 발표 현장에는 한일월드컵 레전드 축구선수 출신 해설가 이영표 위원이 처음으로 참석해 직접 권고안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혁신위의 권고는 ▶스포츠 성폭력 등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 전면 혁신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일반학생의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학교스포츠 정상화 방안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스포츠 및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국가적 전략 및 실행방안 마련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스포츠기본법 제정 등에 이은 5차 권고였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원칙을 실현하고 모든 사람의 '스포츠권'을 보장하며 전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유기적 선순환을 이루게 하는 구심점으로서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핵심과제로 삼고 이를 권고했다.

이영표 위원이 혁신위를 대표해 5차 권고를 낭독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지난 2월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민관 합동기구로 만들어진 혁신위 출범 이후 첫 공식석상에 나선 이 위원을 향한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이 위원이 문체부 혁신위 회의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에선 '혁신위에 대한 불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위원은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 적극 해명했다. "최근 4개월간 7개국을 다녀왔다. 세 달 가까이 해외에 있었다. 혁신위의 모든 정보를 이메일로 받고 있었다"면서 "제가 여기에 안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현장에서 15명 위원들이 다양한 시각, 방법으로 서로 캐묻고 따지고…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저는 함께하지 못한 죄송함이 컸지, 불만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운동선수의 입장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큰 방향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작은 것에서 합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중 대회 금지, 소년체전 개선 등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2차 권고안 이후 현장의 반발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전체적인 방향성'을 강조했다. "한국 스포츠는 수십 년간 한쪽 끝으로 치우쳐 있었다. 잘못된 중심을 원래 중심으로 옮기려다보니 왜 한쪽으로 옮기냐고 오해하는 것같다. 스포츠의 균형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선수에게는 학습권과 직업 선택권이라는 두 가지 권리가 있다. 운동과 공부를 할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고 우리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명쾌한 해설로 이름 높은 이 위원은 '공부'에 대한 소신도 또렷이 밝혔다.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규칙과 질서안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사회가 지식을 쌓고 성적을 내는 데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삶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등한시해왔다. 나는 스포츠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최고의 공부'인 스포츠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 위원은 "대한민국 학생들은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경쟁상대다. 우리 아이들이 내 옆의 짝꿍을 잠재적 경쟁상대로 보고 살아가는 사회, 대학, 대기업까지 계속 경쟁하는 구조속에서 남을 배려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나는 축구를 통해 '내가 못해도 내 동료가 잘하면 우리가 이긴다' '내 동료가 못해도 내가 잘하면 이긴다'는 것을 배웠다. 스포츠에선 나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동료가 함께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잘하면서, 내 동료가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배운다. 스포츠를 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스포츠에는 규칙과 질서가 있다. 규칙과 질서를 지킬 때 가장 즐겁다. '규칙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가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스포츠를 통해 배운 후 사회에 나가는 아이들이 만드는 사회는 공정해진다. 이것은 스포츠를 통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스포츠를 배우고 즐겨야 하는 이유다. 나는 이것이 공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혁신위의 스포츠클럽 활성화 권고와 관련해 이 위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밴쿠버에서 뛰던 시절, 현장에서 경험한 스포츠 선진국들의 사례도 귀띔했다. 이 위원은 "캐나다의 경우, 집에서 15분 반경 안에 모든 체육시설이 완비돼 있다. 비용도 엄청 싸다. 정부의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스포츠에 1달러를 쓰면 복지비 2.5~3달러가 절감된다는 '선제적 복지'의 논리다. 아픈 사람의 병원비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도록 미리 스포츠에 돈을 쓰는 것이 제도화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혁신위가 권고하는 좋은 체육 정책들이 현실화되기 위해 체육 예산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체육 예산이 1조4000억 원이다. 보건복지부 예산이 엄청나다고 알고 있다. 아프지 않게 해주는 것, '선제적 복지'를 위해 스포츠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 체육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의 0.3%밖에 안된다. 너무 적다. 체육 예산을 늘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 좋은 제도도 돈이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제 모두가 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재정적 뒷받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종합청사(광화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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