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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농구마니아'안준호 서울시 체육국장,생활체육대축전 직접 뛰어보니...

전영지 기자

입력 2018-05-17 07:38

수정 2018-05-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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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마니아'안준호 서울시 체육국장,생활체육대축전 직접 뛰어보니...
사진제공=서울시체육회

지난 12일 충남 아산전국민체육센터 농구코트, 2018년 생활체육대축전 남자농구 40대부 14강전 서울-부산전 관중석에선 '서울아 운동하자' 캠페인 로고 옆에 '준호오빠'를 열렬히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준호오빠 유니폼 그뤠잇!' '키 크다 안준호! 잘생겼다 안준호!'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은 서울시 대표팀, '준호오빠'의 정체는 인구 1000만 서울의 체육 행정을 책임지는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53)이었다.

1m85의 큰 키에 15번 등번호의 유니폼, 스포츠 고글까지 챙겨쓴 완벽한 복장의 안 국장은 선수 못잖은 자세로 몸을 풀더니 표필상 등 서울시 대표팀 에이스들과 파이팅을 외쳤다. 나란히 벤치에 앉아 출전 기회를 노렸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속성 레슨을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쿼터까지 부산의 속공에 잇달아 골을 내주며 밀리던 서울팀이 3쿼터 들어 안정을 되찾았다. 승기를 잡은 3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드디어 '안준호 선수'가 코트에 들어섰다. 측면에서 볼을 이어받은 안 국장이 폭풍 드리블 후 정확한 패스를 건네자 관중석이 뜨겁게 환호했다. 동료의 날선 패스를 이어받아 시도한 야심찬 슈팅이 림을 맞고 튕겨나오자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졌다. 3쿼터 종료 휘슬과 함께 벤치로 돌아서며 안 국장은 혀를 내둘렀다. "야, 이거 정말 힘드네. 보통 힘든 게 아니네." 단 3분을 뛰었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4쿼터 안 국장은 벤치에서 응원단장으로 변신했다. 종료 4분여를 남기고 역전포가 터지는 순간 안 국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57대51, 서울팀이 짜릿한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안 국장은 함께 뛴 선수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드리며 따뜻한 축하를 건넸다. '서울특별시 선수단 선전을 기원합니다' 플래카드 앞에서 행복한 기념사진을 남겼다.

서울시 스포츠 행정의 총책임자가 직접 코트에 나서 동호인들과 농구를 즐기고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안 국장은 "2주전 제주에서 서울시 S리그 우승팀과 제주팀간의 교류전이 있었다. 선수들을 만나 나도 한번 같이 뛰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했고 오늘 이렇게 출전하게 됐다"며 생활체육대축전 '깜짝 출전' 배경을 밝혔다. 안 국장은 "키가 1m85로 또래 중 큰 편이다. 서울고 시절 농구를 정말 즐기고 좋아했다"고 털어놨다. "학력고사를 준비하는 틈틈이 친구들과 농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농구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명문대에서 수학하며 생활속 농구 사랑은 쭉 이어졌다. "10년전 미국에서 2년간 머물 때는 아들의 농구클럽 대회를 빼놓지 않고 쫓아다녔다. 우리 아들도 농구를 아주 잘한다"며 웃었다.

안 국장은 2016년 말 관광체육국장에 부임한 이후 S리그, 직장인리그, 재능나눔 등 서울시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왔다. 현장에서 동호인들을 직접 만나고, 직접 대회에 참여하며, 더 많은 시민들이 생활 속 스포츠를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책상머리 정책에 머물지 않았다.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한다. 말로 하는 것, 보고 듣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3분간의 첫 실전 소감을 묻자 안 국장은 "너무 힘들었다. 30년 전에 날아다닐 때와는 다르다. 더 준비를 잘해서 와야겠다. 동호인 생활체육 농구는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3분의 데뷔전이 못내 아쉬웠던 걸까. '농구마니아' 국장님의 승부욕이 작렬했다. "기회가 되면 S리그에도 출전해보고 싶다. 다음에는 몸을 더 잘 만들어서 뛰어야겠다. 잠깐 뛰는 것 말고, 골을 넣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아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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