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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눈앞에서 비보 들은 안현수,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되나

박찬준 기자

입력 2018-01-23 15:31

평창 눈앞에서 비보 들은 안현수,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되나
빅토르 안과 안현수 스포츠조선

지급 받은 장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이미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뛰겠다는 결심을 마친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 전해진 것은 '비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상에서 나락으로, 다시 환희로 이어졌던 파란만장했던 그의 쇼트트랙 인생이 아쉽게도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이야기다.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인 자격 출전 불허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결정이 맥라렌 리포트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맥라렌 리포트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독립위원회 수장인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맥라렌이 러시아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은폐 사례를 밝힌 보고서다. IOC는 이 보고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참가를 불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대신 오륜기를 달고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빅토르 안도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제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희망선수 500명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사한 후, 111명을 제외했는데 여기에 빅토르 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IOC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갑작스럽게 제기된 빅토르 안의 도핑 의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빙상연맹의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회장도 "빅토르 안이 왜 이러한 판정을 받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도 "쇼트트랙은 가장 깨끗한 스포츠다. 아무도 금지된 약물의 도움을 받아 기록을 향상하려고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빅토르 안이 평창올림픽에 갈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뿐이다. 도핑에 연루됐던 러시아 선수들은 이미 CAS에 제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빅토르 안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한 진행이 빨리된다하더라도 평창올림픽 전까지 결론이 나기 어렵다. 사실상 평창행이 막힌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빅토르 안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민했다가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자신의 최종 무대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빅토르 안은 "딸이 보는 가운데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간다면 무척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훈련을 이어갔다. 러시아에 대한 IOC 징계로 위기를 맞았지만, 일찌감치 개인 자격으로 출전을 결심했다. 올 시즌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였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에게 기대가 쏟아졌다. AFP통신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할 선수 10명 중 한명으로 빅토르 안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도핑 의혹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빅토르 안의 선수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무대를 주름 잡던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황제'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 수술대에 오르는 등 힘겨운 재활을 거쳐 재기에 나섰으나 대표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파벌싸움과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까지 이어지며 시련의 시절을 보내던 그는 2011년 자신에게 손을 내민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2014년 보란듯이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국적을 바꾸고도 또 다시 오른 3관왕(500m, 1000m, 5000m계주). 빅토르 안은 새 조국 러시아에 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겼다.

숱한 위기를 넘긴 빅토르 안이지만, 이번 도핑 의혹은 그의 굴곡진 선수생활에서도 가장 큰 위기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하고, CAS를 통해 무혐의 판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무대로 생각했던 평창올림픽 불참의 충격을 추스르기란 쉽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만 6개를 거머쥔 최고의 스케이터이자 애정과 애증의 중간에 있던 빅토르 안, 그의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의 끝을 어떻게 장식할지는 IOC와 빅토르 안의 결정에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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