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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쿠르스 더이상 '넘사벽' 아니다, 윤성빈 '金'보다 값진 자신감 얻었다

김진회 기자

입력 2017-11-19 13:41

수정 2017-11-19 14:51

두쿠르스 더이상 '넘사벽' 아니다, 윤성빈 '金'보다 값진 자신감 얻었다
윤성빈(윗줄 가운데)와 마르틴스 두쿠르스(윗줄 왼쪽). ⓒAFPBBNews = News1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3·강원도청)은 서울 신림고 3학년이던 2012년 때까지 보통 학생이었다. 엘리트 스포츠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운동 신경은 탁월했다. 신장(1m78)이 그리 크지 않지만 서전트(제자리) 점프로 농구 골대를 잡을 정도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체육 선생님은 스켈레톤을 해보라고 권했다. 당시 서울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였던 이 선생님의 권유가 윤성빈의 인생은 물론, 한국 스켈레톤의 역사까지 바꿔놓았다.



윤성빈이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벌어진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37초32를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윤성빈이 월드컵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6∼2017시즌 1차 대회 이후 처음이다.

윤성빈은 시즌 포인트 435점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두쿠르스도 435점이지만, IBSF 홈페이지는 가장 최근 대회에서 우승한 윤성빈을 1위로 게시했다.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건 '스켈레톤 황제'인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를 꺾었다는 것이다.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0.63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일주일 만에 윤성빈과 두쿠르스의 메달 색깔이 뒤바뀌었다. 윤성빈은 지난 11일 열린 1차 대회에서 두쿠르스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은 바 있다.

이날 윤성빈의 경기는 완벽, 그 자체였다. 윤성빈은 1차 시기 48초82, 2차 시기 48초50으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스타트 기록도 각각 4초51, 4초52로 역시 모두 1위를 찍었다.

사실 윤성빈에겐 '2인자' 딱지가 붙어있었다. 이전에도 두쿠르스를 두 차례 앞선 적이 있고 기량차도 많이 좁혔지만 국제대회에선 번번이 2위에 그쳤다. 시상대 맨 꼭대기에는 항상 두쿠르스가 섰다. 독보적인 1위에게 밀리는 것에 대해 기분은 덤덤했다. 다만 마지막에 뒤집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그 무대가 바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무엇보다 이번 금메달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윤성빈에겐 값진 선물이다. 더 이상 두쿠르스가 소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심리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스켈레톤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기록 경기다. 때문에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의 종목이다. 윤성빈은 자신의 성격이 스켈레톤과 잘 맞는다고 한다. 그는 지난 8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달리 혼자만의 싸움이다. 나와 잘 맞는다. 선수의 성격과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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