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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멘탈갑' 손연재, 안방부담감 없는 이유는

전영지 기자

입력 2014-10-02 06:21

'멘탈갑' 손연재, 안방부담감 없는 이유는
한국리듬체조대표팀 손연재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전에서 곤봉연기를 펼치고 채점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단체전에선 손연재와 함께 김윤희(23·인천시청),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이 출전했다. 팀경기는 3~4명의 선수가 12개의 연기(4개 종목을 다른 선수들이 각 3회씩)를 실시해 상위 10개 점수 합산으로 팀 순위를 정한다. 손연재와 김윤희가 4종목을 연기하고, 이다애와 이나경이 나머지 2종목씩 나누어 연기한다. 팀 경기 결과 상위 24명의 선수가 2일 개인종합 결승에 진출한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01/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는 후반기로 접어든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흥행카드다. 대회 첫날인 1일 팀경기 및 개인종합 예선전이 열리는 인천 남동체육관엔 대회 시작 수시간전부터 구름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었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아시안게임 내내 에이스들을 괴롭혔던 '안방 부담감', 우려의 시선속에 손연재는 흔들림 없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사격영웅' 진종오, '수영영웅' 박태환, '체조영웅' 양학선 '배드민턴 영웅' 이용대 등 강심장 선배들이 안방 팬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준비된' 손연재는 이부분을 직시하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야리야리한 몸, 소녀의 얼굴에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다. 엄마 윤현숙씨도 고개를 절레저레 흔들만큼 '소문난 독종'이다.



손연재는 올시즌 가장 기다렸던 무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펼쳐보였다.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팀경기 겸 개인종합 예선에서 최종점수 53.882점을 기록했다. 첫종목 볼에서 17.883점, 후프에서 17.850점, 곤봉에서 18.016점, 리본에서 17.983점을 찍었다. A조에서 먼저 경기를 마친 '중국 에이스' 덩센위에의 최종점수 52.883점에 1점 이상 앞섰다. 덩센위에는 후프 17.633점, 볼 17.550점, 곤봉 17.700점, 리본 17.300점을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종목에는 총 8개국에서 2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팀 경기는 국가당 3~4명의 선수가 12개의 연기를 펼친다. 4개 종목을 다른 선수들이 각 3회씩를 실시해 상위 10개 점수 합산으로 팀 순위를 정한다. 개인전의 경우 4종목중 최저점을 뺀 3종목 합산점수가 최종점수다.

손연재는 곤봉 연기를 하기전 이미 개인종합 예선 1위로 결선행을 확정했다. '톱랭커'손연재의 다음 미션은 팀 메달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4년전 광저우에서 일본에 0.6점 차로 뒤지며 동메달을 놓친 후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김윤희(23·인천시청) 손연재(연세대)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 4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에게 팀 메달의 꿈은 간절했다. 18점대, 혼신의 연기를 펼쳤지만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맏언니' 김윤희는 후프에서 '오마주투 코리아'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마지막 동작 후프가 매트 밖으로 굴러나가는 실수가 뼈아팠다. 15.083점(0.3점 감점)을 받아들고 눈물을 쏟았다. 오른발목, 무릎 부상을 딛고 출전한 김윤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리본에서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특유의 파워풀한 연기를 선보였다. '원하던 점수' 16.416점을 받았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우즈베키스탄이 170.130점으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이 은, 동메달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3파전을 펼쳤다. 미나가와 가호, 하야카와 사쿠라 등 일본 에이스들이 초반 선전했다. 16~17점대 점수를 잇달아 받아냈다. 손연재의 어깨가 무거웠다. 일본의 가호와 사쿠라, 한국의 손연재, 김윤희가 남은 상황, 3위 일본과 4위 한국의 점수차는 1.083점 차이였다. 김윤희가 마지막 곤봉에서 16.183점을 받아냈다. 손연재가 마지막 곤봉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파트리지오 부안느의 '루나 메조 마레'(바다 위에 뜬 달)에 맞춰 올클린 연기로 18.016점, 올시즌 곤봉 최고점수를 찍었다. 일본의 마지막 주자 사쿠라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리본이 묶인 채 연기하는 큰실수를 범했다. 14.750점에 그쳤다. 한국은 총점 164.036점, 카자흐스탄(163.131점)을 0.915점차, 일본(162.830점)을 1.216점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팀경기 동메달 이후 대한민국 리듬체조는 12년만에 최고성적, 최고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개인메달도 좋지만 대한민국 인천에서 리듬체조 최초로 팀경기 은메달을 따게 돼 행복하다. 동생들, '맏언니' 윤희언니에게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위기의 순간 흔들림 없는 정신력으로 18점대를 기어이 찍어낸 손연재의 근성은 지난 4년간 한번도 멈추지 않은 '멘탈 트레이닝'의 결과물이다. 손연재에겐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4년간 손발을 맞춰온 전문가 풀이 있다. 이중 광저우 이후 4년 넘게 손연재의 정신력을 강하게 버티게 해준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손연재의 가장 든든한 멘토이자 후원자다.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서 고단한 훈련을 이어가면서도 영상통화, 문자, 전화로 마음 다스리는 법을 공부했다.

손연재는 올시즌 최고의 목표를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설정했다. 조 박사는 "연재는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단 한번도 목표와 미션을 놓친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기특하다. 목표로 정한 부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칭찬했다. 안방 부담감을 이야기하자 조 박사는 "'안방 부담감'이라는 단어는 만들어낸 단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어떤 대회이든 환경에 따르는 중압감이 있다. 종류는 달라도 양은 같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각각의 환경에서 압박감은 늘 도사리고 있다. 종류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훈련된 손연재에게 '안방 부담감'은 없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동료들과 함께 팀경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2일 오후 6시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또 하나의 역사, 아시안게임 최초의 리듬체조 개인전 금메달, 사상 첫 멀티메달에 도전한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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