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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한석규 "연기 딜레마 힘들었던 시기, '낭만닥터'로 극복했다"

조지영 기자

입력 2017-03-17 11:38

 한석규 "연기 딜레마 힘들었던 시기, '낭만닥터'로 극복했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한석규(53)가 데뷔 27년간 터득했던 연기 철학을 밝혔다.



범죄 액션 영화 '프리즌'(나현 감독, 큐로홀딩스 제작)에서 감옥을 넘어 세상까지 자신의 손안에서 굴리려는 야욕을 가진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를 연기한 한석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1990년 KBS 성우극회 제22기로 입사, 성우로 활약하던 한석규는 이듬해인 1991년 MBC 탤런트 공채 20기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91년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 1993년 MBC '아들과 딸'·'파일럿'·'한지붕 세가족', 1994년 MBC '서울의 달'·'그들만의 방', 1995년 MBC '호텔'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 2014년 SBS '비밀의 문: 의궤 살인 사건' 등을 히트시키며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거듭났다. 특히 '서울의 달'에서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야심만만한 청춘 김홍식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겐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됐다. 또한 16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 이도로 변신해 데뷔 이후 첫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드라마 킹'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한석규. 그는 1995년 개봉한 '닥터 봉'(이광훈 감독)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이후 '은행나무 침대'(96, 강제규 감독) '초록물고기'(97, 이창동 감독) '넘버 3'(97, 송능한 감독) '접속'(97, 장윤현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98, 허진호 감독) '쉬리'(99, 강제규 감독) '텔 미 썸딩'(99, 장윤현 감독) 등 출연작마다 흥행을 터트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텔 미 썸딩' 후 약 4년간 휴식기를 가진 한석규는 2003년 개봉한 '이중간첩'(김현정 감독)으로 컴백, '주홍글씨'(04, 변혁 감독) '그때 그사람들'(05, 임상수 감독) '미스터 주부퀴즈왕'(05, 유선동 감독) '음란서생'(06, 김대우 감독) '구타유발자들'(06, 원신연 감독)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06, 변승욱 감독) '눈에는 눈 이에는 이'(08, 곽경택·안권태 감독)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09, 박신우 감독) '이층의 악당'(10, 손재곤 감독) '베를린'(13, 류승완 감독) '파파로티'(13, 윤종찬 감독) '상의원'(14, 이원석 감독)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찾았지만 '베를린'을 제외하곤 흥행 성적에 있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쉬리' 이후 충무로 흥행의 맛을 느끼지 못한 한석규. 하지만 안방극장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1월까지 약 3개월간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든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화려한 과거를 청산한 뒤 스스로 '낭만닥터'라 칭하며 은둔생활을 즐기는 괴짜 의사 김사부 역을 맡아 또 하나의 히트작을 터트렸다.

이 시대 최고의 '낭만 배우'로 남게 된 한석규. 이러한 그가 영화 '상의원' 이후 3년 만에 '프리즌'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는 권력자이자 교도관들조차 자신의 발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는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로 완벽히 이입된 한석규. 무엇보다 이번 '프리즌'은 한석규 데뷔 27년 만에 첫 정통 악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목소리 톤, 말투, 걸음걸이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그는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데 성공, 관객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길 예정이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해 한석규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캐릭터에 대한 고심은 하지 않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스스로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하고 생각했던 지점들이 바로 내 직업에 대한 생각이었다. 직업이 연기자인데 '대체 난 뭐 하는 사람일까?'라는 물음을 계속 던졌고 그때마다 답이 안 나왔다. 다른 직업군은 답이 척척 나오는데 이건 안 나오더라. 직업이란 것을 통해 그 사람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직업은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 '낭만닥터 김사부'를 연기하면서 그 해답을 찾게 됐다. 우리 일은 가짜를 통해 진짜의 정곡을 찌르는 일이라는 걸. 그게 내 일이다"고 답했다.

한석규는 "한때는 가짜를 연기한다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하는 연기가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자 많이 힘들더라. 내가 왜 가짜를 연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가짜 놀음이 꽤 괜찮은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직업군의 일들은 가짜만 가지고 하는 일인데 또 가짜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진짜를 이야기할 때 진짜로만 이야기할 수 없고 또 그렇게 말하면 어려워 전달이 안 된다. 솔직히 어려운 연기는 배우들이 연기하기 쉽다. 그런데 쉬운 연기를 쉽게 만드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관객이 봐도 다 알 수 있게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이런 의미에서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 어려운 과제를 안고 못 할 때까지 계속 해보려고 한다. 해보고 또 해보면서 부딪혀 보려고 한다. 스스로 작품에 대해 점수도 높여가면서 나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100점짜리 작품, 캐릭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편,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과 그들의 절대 제왕, 새로 수감 된 전직 꼴통 경찰이 얽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이 가세했고 '남쪽으로 튀어' '마이웨이'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집필한 나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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