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년 칩거' 접고 푸틴 만나나…동북아정세 격변의 서막?

입력 2023-09-05 13:41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동북아 정세에 격변을 몰고 올 중요 변수로 부상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미일 3국간 안보 공조를 격상시킨 이정표가 된 지난 8월의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북중러 진영의 맞대응이 시작됨을 알리는 일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계기로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을 내다봤다.



북러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 NYT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모스크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도 이날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이런 대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 간 회동이 아직은 공식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와 정보 수준이지만 7월 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방북 이후 한미 정보망에 포착된 북러의 동향을 감안하면 개연성은 농후해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 전화 브리핑에서 북러 무기거래 협상 진척 상황을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한을 교환했다는 정보 사항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 거의 4년 반만의 외국행이 된다.
북한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국경을 걸어 잠갔고, 김 위원장의 대면 정상외교도 동결했으며 최근에야 국경 봉쇄를 제한적으로 풀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마지막 외국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정상외교를 재개한다면 북러 관계 강화 측면에서 상징적인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서방은 김정은-푸틴 회동 가능성과 관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을 통해 실탄과 포탄 등 무기를 조달하려 한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프레임을 넓히면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3각 공조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최근 동북아 신냉전 구도 심화 속에 북중, 북러 관계는 지속해서 개선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무시하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과 노골적으로 군사 협력에 나서는 데는 주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서방 전체와 대치하면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수 없게 된 러시아는 미국 중심 국제 사회 주류와의 관계에서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에 승부수를 던진 듯한 모습이다.
북한도 궁지에 몰린 러시아를 돕는 대가로 미사일과 핵 등 무기 관련 중요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을 수 있어 보인다.
또 북한으로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는 한편 중국의 조바심을 자극해 중국이 북·중 관계에 더 적극성을 보이도록 하려는 계산도 깔린 듯하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예전보다 노골적으로 북한을 편드는 모습을 보인다.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북한으로선 이런 중·러의 분위기를 읽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3각 협력을 촉진할 의중으로 정상외교 재개의 파트너로 러시아를 삼았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머지않아 중국 방문에 나설 가능
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러, 북·중 간 정상 외교가 회복되면 북중러의 외교적·군사적 밀착은 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중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한 바 있다.


jhch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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