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간호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만난 군의관 남편과 함께 을지병원을 일군 지천(芝泉) 전증희(全曾熙)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0시 5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재단 측이 전했다. 향년 94세.
1929년 7월6일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입대했다. 대전 제2육군병원 간호장교, 강릉 59육군병원 간호부장 등으로 활약한 뒤 대위로 예편했다.
남편 범석(凡石) 박영하(朴永夏·1927∼2013)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1950년 서울대 의대생들로 이뤄진 의용군의 일원으로 참전, 평양 수복 후 평양 제27육군병원 창설에 가담했고, 전쟁이 끝나고도 3년을 더 복무한 군의관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대전 제2육군병원 수술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9일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가 모두 6.25 전쟁에 참전한 것은 의료계를 통틀어 손꼽히는 사례다. 아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도 중위로 예편했고, 손자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을지재단은 설립자의 뜻에 따라 병역명문가 가족들에게 각종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967년 국내 최초로 개인병원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해 재단법인 을지병원을 세웠다. 1981년 대전을지병원(현 대전을지대병원), 1995년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노원을지병원, 2009년 강남을지병원을 차례로 개원했고, 1983년 학교법인 을지학원을 설립하여 서울보건대학(현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을 인수한 데 이어 1996년 대전 용두동에 을지의과대학(현 을지대 대전캠퍼스)을 설립했다. 서울보건대학과 을지의과대학은 지난 2007년 을지대학교로 통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