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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만난 남편과 을지재단 일구고…전증희씨 별세(종합)

입력 2023-09-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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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만난 남편과 을지재단 일구고…전증희씨 별세(종합)
[을지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간호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만난 군의관 남편과 함께 을지병원을 일군 지천(芝泉) 전증희(全曾熙)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0시 5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재단 측이 전했다. 향년 94세.

1929년 7월6일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입대했다. 대전 제2육군병원 간호장교, 강릉 59육군병원 간호부장 등으로 활약한 뒤 대위로 예편했다.
남편 범석(凡石) 박영하(朴永夏·1927∼2013)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1950년 서울대 의대생들로 이뤄진 의용군의 일원으로 참전, 평양 수복 후 평양 제27육군병원 창설에 가담했고, 전쟁이 끝나고도 3년을 더 복무한 군의관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대전 제2육군병원 수술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9일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가 모두 6.25 전쟁에 참전한 것은 의료계를 통틀어 손꼽히는 사례다. 아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도 중위로 예편했고, 손자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을지재단은 설립자의 뜻에 따라 병역명문가 가족들에게 각종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령으로 예편한 남편은 1956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박산부인과의원', 1959년 11월 서울 을지로에 '박영하산부인과'를 개원했고, 부인 전씨는 내조로 병원 성장에 기여했다. '의사는 한시도 환자를 떠나선 안 된다'며 병원 입원실을 가정집으로 개조해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환자를 돌봤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1967년 국내 최초로 개인병원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해 재단법인 을지병원을 세웠다. 1981년 대전을지병원(현 대전을지대병원), 1995년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노원을지병원, 2009년 강남을지병원을 차례로 개원했고, 1983년 학교법인 을지학원을 설립하여 서울보건대학(현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을 인수한 데 이어 1996년 대전 용두동에 을지의과대학(현 을지대 대전캠퍼스)을 설립했다. 서울보건대학과 을지의과대학은 지난 2007년 을지대학교로 통합했다.

전씨는 1994년까지는 재단법인 을지병원 상임이사, 이후에는 을지재단 부회장을 맡았다. 을지병원 시절에는 간호행정 매뉴얼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을지재단 부회장으로 재임할 때는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을지의료봉사단을 만들었고, 1997년에는 개인재산 10억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국내 의학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박준영(을지재단 회장)씨와 딸 박준숙(범석한술장학재단 이사장)씨, 며느리 홍성희(을지대 총장)씨, 사위 최원식(을지대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노원을지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3일 오전 11시 발인을 거쳐 남편이 의사로는 처음으로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으로 향한다. ☎ 02-970-8807
chungw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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