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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쌓인 마스크만 300만장'…발달장애인 일자리 위기

입력 2023-03-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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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쌓인 마스크만 300만장'…발달장애인 일자리 위기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3일 대구 수성구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발달장애인 직원이 마스크를 검수하고 있다. 2023.3.23 hsb@yna.co.kr


마스크 수요 줄면서 판매 악화…다음 달이면 인건비 지급도 어려워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발달장애인 박민석(가명·32)씨의 하루는 대구의 한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시작된다.
부모님 차를 타고 꼬박 1시간을 달려온 민석씨가 맡은 일은 마스크 포장.

올해로 4년째 공장을 다니고 있는 민석씨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부쩍 말수도 늘고 밝아졌다.

그런데 최근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줄며 수익이 악화해 사업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23일 오전 수성구 '숲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공장을 찾았다.

2020년 대구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지금은 발달장애인 20여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모두 판매 수익금으로 지급된다.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단계적 방역 완화로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게 되자 수요는 급격히 줄었다.

팔지 못해 창고에 쌓인 마스크만 300만장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 월급도 그동안 모아둔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마저도 다음 달이면 동이 날 상황이다.

손영미 원장은 "한창 많이 생산할 때는 하루에 2만5천장씩 생산했는데 지금은 1만장가량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마스크 포장이나 검수 등을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뒤처진다.

손 원장은 "우리가 수작업으로 하는 걸 다른 공장에서는 다 자동화 기계로 한다"며 "우리는 장당 200원에 파는 데 다른 곳은 절반 가격에 판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구·군이나 공공기관 등도 올해부터는 이들의 마스크를 구매하지 않는 추세다.

판매처를 타지역까지 찾다 보니 최근에는 직원이 직접 차로 마스크를 싣고 경남 진주보건소까지 다녀왔다고 손 원장은 설명했다.


발달 장애인들은 누구의 도움 없이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1년 넘게 직업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손 원장은 "처음에는 하나씩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며 "예를 들어 바닥에 떨어뜨린 마스크는 폐기해야 하는 걸 습득할 때까지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자리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환경"이라며 "당장 공장을 닫아버리면 이들은 집에만 있어야 하므로 판매가 안 돼도 계속 생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sb@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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