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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 조장…여성들에 배상하라"

입력 2022-09-29 11:05

대법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 조장…여성들에 배상하라"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세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2018년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앞 삼거리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이모 씨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300만원∼7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 120명은 2014년 10월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관리하고 성매매를 조장했다"며 "이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은 만큼 1인당 1천만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중 57명에 대해서만 "각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성병에 걸려 격리 수용된 여성들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1심은 정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정책을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성매매 종사를 강요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항소심은 그러나 국가가 성매매를 중간 매개하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1심보다 배상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43명에게는 각 300만원, 74명에게는 각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 방치·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했다"며 "이씨 등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나아가 성으로 표상되는 이들의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성병 감염 여성을 격리 수용한 부분도 "의사 진단 없이 강제 격리 수용하고 항생제를 무차별 투약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1심보다 책임을 넓게 인정했다.

다만 격리 수용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부가 불법행위 단속을 면제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심리 중엔 원고 22명이 소를 취하해 판결 당사자가 95명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이날 "정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조장 행위는 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인권 존중 의무 등 마땅히 준수돼야 할 준칙과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한 국가의 이러한 행위는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해 이에 대한 국가 배상 청구는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cui721@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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