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지구촌에 둘뿐인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이다.
가난한 동시에 잔혹한 정부가 이끈다는 공통점을 지닌 이 두 나라는 국제사회의 백신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를 거부한 탓에 이들 나라의 주민들은 오미크론 등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변이에 취약한 상황에 처했다고 WP는 평가했다.
미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제보건정책센터 J. 스티븐 모리슨 소장은 "엄청난 면역 공백에 백신이나 이전 감염으로 인한 후천적인 보호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 겹치며 북한은 '통제 불가능한 전염'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 확률도 극대화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에리트레아 두 나라 모두에서 지배층들은 이미 백신을 맞았고, 외국산 백신에 대한 묵살은 단지 '보여주기용 쇼'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오랫동안 독재 정권을 유지해온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에 가입하라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요청을 무시해왔다. 에리트리아에서는 코백스가 아프리카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수단이라는 선전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경우 코백스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128만8천800회분을 배정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또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 약 300만 회분도 팬데믹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 주라면서 인수를 거부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코백스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에 배정된 백신이 없다면서도, 북한이 국가 차원의 백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접종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WP는 북한이 백신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나 홍콩처럼 부분적으로나마 백신 접종이 이뤄진 곳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들 사이에서 놀라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