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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행성' 화성 남극 극관 아래 호수는 실체 없는 '신기루'

입력 2022-01-25 10:51

'붉은 행성' 화성 남극 극관 아래 호수는 실체 없는 '신기루'
[ESA/DLR/FU Berli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붉은 행성' 화성의 남극을 하얗게 덮은 극관(極冠)의 얼음층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모인 호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 이탈리아 연구진이 화성 궤도선이 극관 1.5㎞ 아래서 밝게 반사되는 레이더 신호를 얻은 것이 단서가 됐다.
하지만 황량한 평지에서도 비슷한 레이더 이미지가 나타나 액체 상태의 물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행성과학자 시릴 그리마가 이끄는 연구팀은 극관 아래 존재하는 것이 호수가 아닌 화산암이라는 결론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지난 2005년에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궤도선 '마즈 익스프레스'(Mars Express)에 장착된 '화성 표면 및 전리층 음향 첨단 레이더'(MARSIS)로 3년간 관측한 자료를 활용했다.
화성 레이더 지도에 약 1.6㎞ 두께의 가상 얼음을 입힐 때 나오는 레이더 신호를 극관 아래서 포착한 밝은 레이더 신호와 비교해 화성에 산재한 화산암으로 된 평지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지구에서는 철이 풍부한 용암이 흐른 뒤 형성된 화산암이나 마른 강바닥의 광상(鑛床)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포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관 밑 호수설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이미 의문이 제기돼오던 터라 이번 연구 결과로 점점 더 근거를 잃게 됐다.
과학자들은 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려면 염도가 아주 높고 강한 열을 발산하는 지역적 열원이 있어야 하는데 화성 남극은 그런 조건이 아니라는 지적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요크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아이삭 스미스 박사가 암석이 물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된 점토에서도 비슷한 레이더 신호가 포착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스미스 박사는 "그리마 팀의 연구 결과는 극관 아래에 액체 상태 물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허물면서, 고대 호수와 강의 증거를 찾고 수십억년 전 광범위하게 진행된 건조화 가설을 시험할 수 있는 정확한 장소를 제공한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과학은 첫 시도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면서 "아무도 가보지 못하고 원격으로 모든 것을 감지하는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행성 과학 분야에서 특히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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