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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금감원 실태 평가에 검찰 압수수색까지…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시험대'

김소형 기자

입력 2021-08-10 10:03

수정 2021-08-11 13:11

DGB대구은행이 최근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 이어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으며,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라이즈드뱅크(SB) 본사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현지 중개인에게 총 매입액 1900만 달러(약 210억원) 중 1200만 달러(약 135억원)를 지급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DGB SB는 대구은행이 지난 2018년 1월 캄보디아에 설립한 여신 전문 특수은행으로, 상업은행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부동산 사기'에 휘말리게 됐다.

이러한 문제가 알려진 지 반년 가까이 됐지만, 은행 측은 매입금액 반환은 물론 대체 부지 관련해서도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당국과 검찰의 개입 이후에야 해결방안 윤곽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고 당시 은행장을 겸직했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캄보디아서 135억원 부동산 계약 사고…반년간 수습 '제자리'?

지난 2월 불거진 DGB SB 부동산 계약 사고 논란은 최근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실태평가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지난 4일 대구은행 본점과 제 2본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글로벌 사업 관련 부서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 직원들을 면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은행 측이 지난 3월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을 고발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혐의 등에 대해서는 검찰과 대구은행 관계자 모두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3월 DGB SB 부행장 등 현지 직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한국에 불러들인 캄보디아 실무진들은 업무에서 배제된 대기발령 상태고, 본사의 글로벌 사업 총괄 본부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대구은행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금감원에 진정을 넣은 전 DGB SB 은행장에 대해선 계약 만료로 회사를 떠났다는 것 외엔 파악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대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끝난 직후 이루어져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캄보디아 부동산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3주 정도로 예상됐던 해당 평가 기간은 5주로 연장됐다.

관련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집중평가가 끝나자마자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대구은행 부동산 사기 논란의 전말 확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국내 금융당국에도 협조를 구했다면서. 원하는 건물을 소개받지 못할 경우 현지 중개인을 상대로 선지급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1200만 달러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이후 아직까지 반환받은 금액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대체 부지 건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 측이 사고의 진상 파악보다 덮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동조합 등에서 김태오 회장 등 경영진에게 강하게 요구한 '사고 수습'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측은 "금감원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구체적인 대책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다시 불거진 김태오 회장 '책임론'…해외 진출 우려도

이같은 캄보디아 부동산 사고 논란은 '김태오 회장 책임론'과 맞물려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말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캄보디아 사건 발생 당시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었던 데다, 연임을 앞두고 이와 관련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DGB대구은행 지부와 간부급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대구은행노조(2노조) 모두 김 회장의 책임있는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2018년 취임한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은행장 '셀프겸직' 논란과 올해 '셀프연임' 논란 등으로 노조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김 회장 책임론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 안팎에서는 특히 캄보디아 사고로 인한 글로벌 진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세안 세컨드 홈 구축(Road to ASEAN)'을 주요 비전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DGB금융지주의 4개 해외법인 순익 비중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 중국과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에 이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부동산 사고의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해외 시장 확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빠른 해법 제시는 물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사고는 금전적 피해를 넘어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등에서 치명적 결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대구은행은 2017년 비자금 조성 의혹과 2018년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이미지 타격이 적지 않았던 만큼,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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