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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할 땐 '섬 길' 걸어보세요

김형우 기자

입력 2020-07-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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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할 땐 '섬 길' 걸어보세요
◇올여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독일 진정한 휴식이 필요한 때다.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바다와 숲이 펼쳐진 섬 여행도 좋은 여정이 된다. 사진은 울릉도의 해안누리길 행남해안산책로의 모습. 절벽의 굴곡을 따라 드러낸 화산섬의 단면에서 태고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7월 중순, 관성처럼 여름휴가를 떠올리는 즈음이다.



하지만 올여름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일 진정한 휴식이 필요할 때인 듯싶다.

지난 6개월여, 코로나19와의 극심한 전쟁에 시달린 데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 또한 순탄치 못했으니 모두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럴 땐 눈감고 푹 쉬기보다는 지난 시간들을 조용히 복기해 볼 침잠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추에는 걷기가 좋은 방편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푸른 바다와 숲이 펼쳐진 청정 대자연속으로 들어선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음이 뻥 뚫리는 섬 속 걷기'를 테마로 '이달의 걷기 좋은 길' 5곳을 선정했다. 7월의 추천 길은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인천 강화) ▲거문도 동백꽃섬길 거문도 등대길(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 1코스(전남 여수) ▲해안누리길 행남해안산책로(경북 울릉)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05코스 매물도 해품길(경남 통영) 등이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인천 강화)

7월은 연중 초목이 가장 강건함을 더해가는 때다. 그래서 이무렵 여정은 청정 숲길이 무난하다. 거기에 푸른 바다까지 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터. 뉴노멀시대이니 한적함까지 추가한다면 욕심일까?

이럴 경우 한적한 섬 여행이 대안이다.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은 인천 강화 외포리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서울 근교의 걷기 좋은 섬길이다. 볼음도는 아차도, 주문도, 말도와 함께 강화군의 가장 서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160세대 270여 명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작은 섬마을이다.

볼음도길은 볼음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조갯골, 갯논뜰을 지나 다시 볼음도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총 13.6km의 순환형 코스(약 5시간 소요)다. 길 곳곳에 이정표와 리본들이 길을 안내해주고 있어 초행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숲이 우거진 산길은 정비되지 않은 곳들이 몇 군데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볼음도길에는 두 개의 보물이 있다. 하나는 800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 다른 하나는 조개골해수욕장이다. 볼음도 저수지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둑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서도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로 자태가 웅장하다. 조개골해수욕장은 이름 그대로 조개가 많다. 근처 민박집들을 통해 예약하면 유료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맑은 날이면 서해 노을이 압권이다.

◇코스경로=볼음도선착장~물엄곶~조개골~거무골~요옥산~은행나무~진뜰~밭바위뜰~갯논뜰~당아래마을~볼음도선착장(총13.6km)

◇숙박정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노을내리는 아름다운 집<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933>, 라르고빌 웨이브하우스<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27>, 담담각<강화군 하점면 고려산로285번길 14-29>



◆해안누리길 행남해안산책로(경북 울릉)

우리의 바다 중 여름 물색깔로 치자면 단연 울릉도를 꼽을 수 있다. 짙은 잉크색부터 코발트, 아쿠아 빛깔까지 그야말로 아름답고 청량한 스펙트럼을 담아낸다. 이처럼 멋진 해변을 둘러보는 트레킹은 강추할 여정이다.

울릉도의 행남해안산책로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중 한 곳이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은 인위적인 보행길이 아닌 자연 그대로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길 중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우리 해양문화와 역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 중에서 선발하는데, 행남해안산책로는 자연친화적 공법으로 개설돼 울릉도의 수려한 원시림과 기암괴석, 동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1년에 선정됐다.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시작해 북쪽 저동항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일부 구간(행남등대~저동항)이 낙석으로 폐쇄된 상태다. 아직 복구공사 중으로 마무리되기 전까지 행남등대를 반환점으로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와야 한다. 또한,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 낙석 위험이 있어 입장이 통제되므로 울릉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통제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코스는 왕복 2.6km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된다. 산책로 곳곳에는 화산섬 울릉도의 특징을 보여주는 다양한 암석과 지형을 볼 수 있으며, 안내판에 형성과정을 비롯해 자세한 해설이 붙어 있다.

거대한 절벽에 움푹 파인 해식동굴도 산책로의 매력적인 볼거리 중 하나이다. 해식동굴 안으로 바닷물이 철썩거리면서, 퍼렇게 빛나던 바다가 하얀색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며 부서진다. 그 중에는 산책로가 관통하는 거대한 동굴도 있는데, 시커먼 암반이 높게 솟아 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위압적이다. 절벽 길이 끝나고 산길을 따라 20분정도 올라가면 행남등대가 있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등대 입장은 안 되지만, 등대 뒤편 저동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촛대바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코스경로=도동항~행남쉼터~행남등대~소라계단~촛대바위(2.6km)



◆거문도 동백꽃섬길 거문도등대길(전남 여수)

전남 여수에 자리한 거문도는 트레킹, 낚시 등 가족 단위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적당한 섬이다. 고도, 서도, 동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는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가량 들어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투명한 물빛을 자랑하는 곳으로 낚시꾼들에게는 주요 포인트로 통하는 곳이다. 특히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신선한 해산물 등, 휴양을 즐길만한 여건을 두루 갖췄다.거문도 구석구석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뻗어있어 주말이면 단체 등산객들도 자주 찾는다. 여러 트래킹 코스가 있지만 그 중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는 '동백꽃섬길 거문도 등대길'이다. 거문도 고도 어촌마을부터 시작해 삼호교, 수월산, 거문도등대로 이어지며 밀생한 동백숲으로 난 산책로는 상시 그늘이 져 있어 여름철 걷기에 그만이다.

또 마지막 포인트에는 남해안 최초로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높이 6.4m의 등대와, 1년에 한 번씩 발송하는 달팽이 우체통도 있다.

◇코스경로=거문도 자연관찰로~무넹이~선바위~동백터널숲~거문도등대(총)2.2km

◇숙박정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두바이모텔<여수시 오림4길 55>, 엘레나호텔<여수시 문수로 106>



◆금오도 비렁길 1코스(전남 여수)

전라남도 여수시 금오도에는 섬의 서쪽 해안 방향으로 솟은 벼랑을 따라 이어진 '비렁길'이 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길 모양새를 따라 이름이 붙여졌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항에서 시작하는데,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3회 운항하는 여객선(약 1시간 30분소요)을 이용하면 비렁길 1코스에 곧장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하루 7회 운항하는 여객선(약 20분소요)을 타면 금오도 여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함구미항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항부터 두포마을까지 약 5km의 비순환형 걷기길로, 섬의 서쪽 절벽으로 향하기 전 작은 오르막에서 시작된다. 길은 절벽 끄트머리를 절묘하게 타고 넘나들며, 바다를 뒤로한 채 깊은 숲속을 여러 차례 드나든다. 대체로 길이 평탄하게 이어져 있어 금오도의 절경을 즐기며 걷기 좋다. 특히, 종종 만나게 되는 벼랑 끝 전망대는 마음이 뻥 뚫릴 만큼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한다.

길 위의 이야깃거리도 흥미롭다. 고려의 승려 보조국사가 비렁길 1코스 중간 지점 어딘가에 송광사라는 사찰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도서 지역의 토속 장례법인 초분(草墳)의 흔적을 복원해 섬의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기도 했다. 초분은 가매장의 일환으로 집 근처 텃밭 등에 망자의 시신이 육탈 될 때까지 짚더미, 풀 등속으로 임시 매장하는 것이다. 이후 묘지에 매장을 한다.

금오도는 방풍나물의 산지이기도 하다. 길 중간에 방풍나물을 이용해 다양한 주전부리를 만드는 식당이 있다.

◇코스경로 :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절터-신선대 - 두포(총 5km)

◇숙박정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코모도모텔<여수시 여문문화길 69>, 힐<여수시 학동2길 15>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05코스 매물도 해품길(경남 통영)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소매물도는 북적거리는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섬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첫 배를 타고 들어가 두 번째 배를 타고 나오면 섬에서 약 4시간을 머물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매물도 해품길(5.2km)'을 느릿하게 걷기에 충분하다. 백패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폐교 운동장에서 1박2일 묵을 수도 있다. 폐교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대항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일찍 찾아온 여름 햇살 덕분에 만개한 수국꽃과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접할 수 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 원두막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간다. 코스를 걷는 내내 쉬어갈 만한 곳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날 수도 있다. 역시 섬에서의 걷기 여행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어 힘이 들면서도 상쾌하다.

◇코스경로 : 당금마을 - 장군봉 - 대항마을(총 5.2km)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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