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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난다! 서울의 동산 나들이

김형우 기자

입력 2020-06-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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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난다! 서울의 동산 나들이
◇뉴노멀시대 나들이의 트렌드 중 하나는 청정하고 호젓한 대자연의 선호다. 집과 가까운 동산에 올라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사진은 서대문 안산자락길 전망대에서 다리 쉼을 하는 여행자의 모습<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 데크와 흙길로 평탄한 8km 코스 안산, 사뿐사뿐 산책하기 좋은 높이 66m 성산



- '산마루 북카페' 있는 3.4km의 코스 개운산, 110m에서 보는 서울 풍경 배봉산

코로나19는 우리의 여가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폐쇄적인 실내 보다는 신선한 공기를 접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중년의 취미생활로 통하던 등산은 최근 20~30세대의 SNS에 등산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올 만큼 세대불문 인기 여가가 되고 있다. 마침 서울에는 동네 뒷산처럼 가깝고 오르기도 편한 동산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마침 서울 관광재단에서는 혼잡하지 않게 나만의 힐링타임을 즐길만한 서울 속 동산 4곳을 추천했다. 서대문구의 안산, 마포 성미산, 성북구의 개운산, 동대문구 배봉산이 그곳이다. 김형우 관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 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펼쳐진 숲 '안산'에서 힐링(서대문구)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안산(해발 296m)은 조선 시대에는 무악산으로 불렸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한양을 새 수도로 삼고, 어디에 궁궐을 지을지 몇 곳의 후보지를 검토했다. 당시 의견을 제시했던 신하 중 하륜은 무악산을 주산으로 삼아 지금의 연세대학교 자리에 남향으로 궁궐을 짓자고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도전의 의견에 따라 북악산 아래 궁궐터를 잡아 경복궁을 지었다. 만약 하륜의 주장에 따라 안산 자락에 조선의 궁궐이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서울 지도도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안산 자락길은 산허리를 한 바퀴 돌면서 걷는 길로 코스 길이는 총 8km로 이루어졌다. 계단을 없애고 데크와 흙길로 평탄하게 길을 내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무장애길(열린 관광지)로 꼽힌다. 접근성도 좋다. 서대문구청 방면, 연세대학교 방면, 봉원사 방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면 등 안산 자락 어디서든 진입로가 나 있다. 자락길의 가장 멋진 구간은 서대문구청 방면에 위치한 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펼쳐지는 숲 구간이다. 답답한 도심 속을 벗어나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라 초여름부터 찾아온 이른 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상쾌한 바람이 숲을 가르고 머릿결을 스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잣나무숲에서 자락길을 벗어나 무악정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봉수대가 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안산은 해발이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 부근은 가파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길이 거칠다. 무악정을 지나 나무 계단이 놓인 곳을 따라 봉수대로 가는 것이 가장 수월한 편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정상에 도착하면 정면으로는 인왕산의 등줄기가 쏟아지고, 발아래로는 서대문 독립공원을 시작으로 광화문 일대가 펼쳐진다. 고개를 돌려 남산타워를 지나면 저 멀리 63빌딩이 서 있는 한강까지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를 밝히는 조명과 차량, 건물에서 내뿜는 다양한 빛이 어우러져 눈부신 야경이 펼쳐진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활기찬 대도시인 서울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안산은 자락길을 통해 편안하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푸른 숲부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산과 강이 어우러진 대도시, 서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주변 코스 정보

안산을 오르기 전에 영천시장에 들러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간식을 사서 등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천시장은 꽈배기. 떡볶이, 냉면 등 맛집도 여러 곳 있어 다양한 미식거리를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와 이진아기념도서관 방향으로 약 7~8분 걸어 산책로를 따라 안산 자락길로 진입한다. 자락길을 돌며 메타세쿼이아 숲까지 갔다가 무악정을 거쳐 봉수대가 있는 정상으로 등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메타세쿼이아숲으로 바로 가고 싶다면 서대문구청 쪽에서 안산 자락길로 진입하는 것이 빠르다.



◆낮은 동산이지만 주변 볼거리 가득한 66m '성산<성미산>'(마포구)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성산은 해발 66m의 낮은 동산으로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성산(城山)이라 불렸다. 이를 순우리말로 성메 또는 성미라고 말하여 성미산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성산1동과 성산2동까지 연결된 산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홍제천 공사를 하면서 산이 잘려 지금의 성산이 되었고, 잘린 성산2동의 산은 새터산이 되었다. 성산은 높이가 100m도 되지 않는 동산이지만, 나름 호젓한 숲을 품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산책 코스로 애용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산이다 보니 길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내부순환로와 성산동 일대를 굽어볼 수 있고, 뒤로는 북한산의 멋진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성산은 천천히 둘러봐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성미산 자락 아래에 있는 성미산 마을은 특별한 동네다.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만든 '성미산 마을공동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교육, 주거,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공동생활을 하는 마을로 발전 하였다. 행정구역은 마포구 성산동, 망원동, 서교동 지역이지만, 이 일대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성미산 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부터 유기농 반찬가게,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카페, 다양한 인문학 활동을 진행하는 마을 극장이 있다. 특히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동네 책방 '개똥이네 책 놀이터'는 친숙한 느낌의 공간 덕에 마을 아이들이 놀러 와 책을 읽고 가곤 한다.

▶주변 코스 정보

성미산 마을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가게 등을 이용해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자연의 밥상을 담는 도시락 집인 '오색오미' 공동체 가게가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휴점 중이다. 성산동에는 서울의 이색 김밥으로 유명한 '연우김밥' 가게가 있어 대표 메뉴인 명태 김밥과 유부 김밥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내친김에 근처의 와우산까지 찾는 이들도 있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와우산은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소 등에 있는 길마는 무악에다 벗어놓고, 굴레는 북아현동 남쪽 네거리에 벗은 다음, 여물통은 하수동 앞에 두고 서강을 향해 내려가다가 누워서 뿔은 서강 초등학교 자리, 머리 부분은 서강시민아파트, 엉덩이는 와우시민아파트 자리에 있었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성산과 비슷하게 주로 마을 주민들이 근린공원으로 산책을 하는 작은 산으로, 광흥창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공민왕을 모신 사당을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로 나와 서울성서초등학교 방향으로 약 10분 걸어온 후 월드컵북로 15안길에서 성산 산책로로 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성서초등학교 일대에는 성미산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가게들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 맑은 공기 마시며 책 읽을 수 있는 3.4km의 코스 '개운산'(성북구)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인 무학대사가 나라의 운명을 새롭게 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영도(永導)사를 창건했고, 정조 때에 사찰을 북쪽으로 옮기면서 개운사로 이름을 바꿨다. 그에 따라 개운산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개운산은 광복 이전엔 산림이 울창해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땔감 처로도 많이 이용되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포격전의 참화로 많은 나무가 불에 타 민둥산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1960년대부터 식목사업으로 개운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지금은 50~60년 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산을 메우고 있다.

개운산에는 총 3.4km의 코스로 명상의 길, 연인의 길, 산마루 길, 사색의 길, 건강의 길이 이어지며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숲 사이로 자연스러운 형태로 난 길을 따라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 피어난 다양한 야생화도 볼만하다. 산의 정상격인 마로니에마당이나 운동장을 오르면 아파트 뒤로 길게 늘어선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을 마주할 수 있다.

개운산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산마루 북카페'이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카페 형태가 아니고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 책장에는 다양한 책이 놓여 있어 빈손으로 왔더라도 누구나 꺼내 볼 수 있다. 산림욕을 즐기며 독서 할 수 있도록 의자와 평상이 배치되어 있어 편안히 쉬어가기 좋다.

▶주변 코스 정보

경동시장에 있는 광성상가 4번 게이트 3층에 ?년몰인 '서울 훼미리'가 있다. 7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오며 각종 농수산물을 팔아오던 경동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담은 공간이다. 청년몰에는 젊은 세대의 감각이 입혀진 식당과 디저트, 가게와 공방 등이 입점해 있어 시장의 볼거리를 더해준다. 개운산에 오르기 전 이곳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거나 샌드위치 등을 포장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는 길

6호선 안암역 3번 출구에서 성북구 마을버스 20번을 타고 성북구의회 정류장에서 내려 약 7~8분 걸어간 후 성북구의회 쪽으로 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제기동역에 있는 경동시장을 들르는 경우에는 121번, 130번 버스 등을 타고 고려대역으로 이동하여 마을버스로 환승하는 것이 좋다.



◆1시간 30분이면 남산 일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배봉산' (동대문구)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한 배봉산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형상으로, 둘레길을 따라 숲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총 코스는 4.5km로 소나무, 팥배나무, 아카시아나무 군락 등을 만나게 된다. 배봉산 둘레길은 배봉산숲속도서관에서 데크를 따라 출발해 서울시립대, 삼육서울병원, 휘경여자고등학교 뒤로 놓인 순환길을 걸어 다시 출발지인 배봉산숲속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둘레길은 무장애 숲길로 조성되어 휠체어를 타고 왔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시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데크를 따라 숲을 천천히 돌아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해가 진 이후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LED 가로등을 설치하여 산뜻한 밤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도 있다. 둘레길을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서면 산 중턱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도 있다. 잠시 신발을 벗고 흙 위를 걷다 보면 발끝으로 생생하게 자연을 느끼게 된다. 황토는 체내의 노폐물을 분해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잠시 일상의 근심 걱정을 잊고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걸어보는 것도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있는 해맞이 광장에 오른다. 배봉산은 110m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사방으로 서울의 풍경이 펼쳐진다. 동남쪽으로는 용마산과 아차산, 남한산이 이어지며 남서쪽으로는 인왕산과 남산 일대가 펼쳐진다. 다시 히어리 광장에 오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히어리를 볼 수 있다. 나무의 키는 2~3m이며 5월경에 노란 종 모양의 꽃이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 코스 정보

배봉산 초입에는 배봉산 숲속도서관이 있다. 짙은 회색빛의 벽돌이 외벽을 감싸고 있어 숲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실내는 아늑하게 꾸며져 있으며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벽면은 배봉산의 나무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내부에 카페도 있어 간단하게 커피와 함께 간식을 즐기며 허기를 달래기도 좋다. 다만, 최근 수도권에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휴관 중이다.

▶가는 길

1호선 청량리역 4번 출구로 나와 청량리 환승센터 버스 정류장에서 2230번 버스 또는 2311번 버스를 타고 전동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배봉산 숲속도서관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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