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짧아진다. 세포 분열이 거듭되면서 짧아진 텔로미어가 세포에 쌓이는 건 노화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런데 스페인 과학자들이 살아 있는 생쥐의 텔로미어를 대폭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 말하면, 같은 종의 보통 생쥐보다 훨씬 긴 텔로미어를 가진 생쥐를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텔로미어가 길어진 생쥐는, 암과 비만이 덜 생기고, 건강한 상태에서 더 오래 산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고 수명을 연장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유전자 조작 없이 동물(포유류)의 텔로미어를 늘이는 데 성공한 건 처음이다.
이 연구는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의 마리아 블라스코 소장이 주도했고,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논문 개요(링크[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10/cndi-cro101419.php]) 등에 따르면 가장 주목할 부분은, 생쥐의 유전자를 전혀 조작하지 않고 수명만 연장했다는 것이다.
블라스코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에서, 텔로메라아제(텔로미어 연장 효소)를 활성화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걸 막으면, 부작용 없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는 유전자 발현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은 이번 연구와 다르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생쥐 실험에서 연장된 텔로미어에 '하이퍼-롱 텔로미어(hyper-long telomere)'라는 이름을 붙였다.
텔로미어가 길어진 생쥐는, 암이 덜 생기고 물질대사 측면의 노화가 늦춰졌으며, 수명이 평균 13% 늘었다.
구체적으로 콜레스테롤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인슐린·글루코스 내성이 강해지고, DNA 손상이 줄어들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향상됐다. 특히 텔로미어는 길어지는 동시에 가늘어져, 텔로미어가 쌓여도 많이 두꺼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