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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망사고 포스코…최정우 회장 안전경영 능력 빨간불

김세형 기자

입력 2019-07-16 11:26

수정 2019-07-17 10:12

취임 1주년을 앞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개선과 신성장 동력 마련 등 측면에선 점수를 받고 있지만 안전경영 만큼은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인해 매출 확대를 위한 체질개선 노력 성과 등이 빛을 바래고 이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직원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포스코에서 올해 사망사고는 총 4건에 달한다. 크고 작은 사고를 더하면 숫자는 더욱 커진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벽 포항제철소에서 직원 A씨(60)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직원이 발견된 곳은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 3기 벙커 앞이다. 전날 야간 근무자였던 A씨가 복귀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동료들이 찾아나섰고, A씨가 쓰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에 옮겼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발견 당시 해당 직원은 화상과 몸 전체의 뼈 골절 등 다발성 손상이 확인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4일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지만 전날 비가 많이 내려 혈흔이나 정확한 사고 장소를 찾는 데 실패했다. 해당 기관들은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다양한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노조 측은 A씨가 사고를 당한 뒤 추락사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 노동조합 측은 "A씨가 코크스 원료보관시설의 컨베이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여 사고가 발생, 이후 설비 밖으로 튕겨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측에 요구해 온 2인 1조 점검 등 사항이 이행됐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A씨가 외상으로 숨진 만큼 사고사로 규정, 포스코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포스코 노조도 A씨의 업무 작업 지침을 확인, 회사가 규정을 위반한 사항 등을 검토할 한다는 방침이다. 안전불감증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일단 사고와 관련해 안전불감증 만연 등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먼저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근로자들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 안팎에선 포스코가 직원 안전 문제에 있어 뒷짐을 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적 지표인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최 회장 취임 이후 사실성 첫 성적표인 포스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10.4%가 늘어난 1조271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202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의 경우 전분기보다 감소했지만 철강 시황 부진 등의 여건 등을 감안하면 하락폭을 최소화하며 증권가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같은 성적은 현장 인력을 축소와 원가 절감 등을 꾀하는 경영전략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또 특히 신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며 미래 성장 동력발판 마련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취임 초기 강조해온 안전강화 관련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시 북구 지역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올해만 벌써 (포스코에서) 네 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3년간 안전 관련 분야에만 1조10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이번 사망사고는 비용절감을 핑계로 2인 1조 근무가 1인 근무로 바뀌면서 초래됐다는 노조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포스코 노조는 사망사고가 터질 때마다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작업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과 하청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근무제 변경 등 경영진의 고질적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제철소가 일반 제조업체보다 위험한 작업들이 많아 안전 관련 설비와 인력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에선 7월에만 두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사고에 앞서 2일에는 직원 B씨(35)가 1일 근무를 마치고 회식에 참여한 뒤 몇몇 직원들과 편의점에 들러 술자리를 이어 가던 중 잠이 들었다. 이후 깨어나지 못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평소 김씨는 작업량 과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에는 광양제철소에서 니켈 추출 설비 공장 폭발사고(1명 사망·1명 중상)가 발생했고, 지난 2월에는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 내 35m 높이의 부두 하역기에서는 C씨(56)가 동료 직원이 작동한 크레인에 끼여 숨졌다. 당시 포스코가 서둘러 발표한 사인이 검안 이후 바뀌면서 포스코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논란이 있었다. 사고가 발생 원인을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관리 메뉴얼 개선 및 안전 대책 마련 등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이후 안전교육 강화 등으로 인해 직원들이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는 만큼 사망사고가 이처럼 연이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내부적인 안전 관련 소통 및 관리 시스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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