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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홍수에 제재로 기름도 부족…北 식량생산 '사면초가'

입력 2019-05-03 21:46

가뭄·홍수에 제재로 기름도 부족…北 식량생산 '사면초가'
북한 농촌에서도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2016년 6월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소방차까지 동원해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최근 10년 새 '최저'를 기록한 것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적인 기상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대북제재로 농업 생산에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3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2018년 식량 생산량이 약 490만t으로 추정되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간의 가뭄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과 잦은 홍수, 농업 생산에 필요한 투입 요소의 제한 등이 작년 가을 작황에 극심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에서 평소 강수량이 충분한 7∼8월에 가뭄과 40도에 달하는 이상 고온이 장기간 지속했으며, 이후 홍수까지 발생하면서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기후의 영향이 북한의 식량 상황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북한 전체 토지 중에서는 15%가량인 190만 헥타르(㏊)만 농업 생산에 사용된다. 2018년 총 수확 면적은 약 120만㏊인데 이는 지난 5개년 평균보다 5% 감소한 것이다.

보고서는 경작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이 빈번하고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식량 생산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도 북한의 식량 상황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가 연료와 비료, 기계, 부품 등 농업 생산에 필요한 품목 수입까지 제한해 '의도치 않게' 농업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쇠붙이 하나 북한에 보낼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저수지의 관개 수량이 줄었는데, 이마저 펌프에 필요한 전기와 연료가 부족해 농지에 제대로 물을 대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비료와 농약도 부족하다. 지난해 비료로 사용되는 인산염과 탄산칼륨 공급량이 지난 5개년 평균보다 각각 70%, 50% 줄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쪽에서 북한에 복합비료를 대규모로 지원했고 이 지원이 끊긴 후에는 중국 등에서 비료를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로 무역거래가 어려워지고 외화부족에 시달리면서 비료나 농약을 수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확한 작물을 오랫동안 보관할 기술이 부족한 것 역시 문제다.

북한은 배급을 작물 수확 시기에 맞춰 1년에 1∼2회 몰아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꺼번에 확보한 작물을 보관할 방법이 없어 상하게 된다.
작물을 과자나 국수 등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방법이 있지만, 가공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장비, 부품 등 역시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렇게 손실되는 식량만 올해 87만t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생산량이 올해에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올해 봄철 여느 해보다 부족한 강수량이 6월에 수확할 봄 작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또 지난 겨울에는 눈까지 적게 내렸는데, 이 경우 밀과 보리 등 겨울에 심은 작물이 추운 날씨에 노출되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xi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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