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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깜빡임의 비밀…뇌 리셋·커뮤니케이션 연관 가능성

입력 2019-02-15 07:52

눈깜빡임의 비밀…뇌 리셋·커뮤니케이션 연관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인은 1분에 약 20회, 하루 1만5천회 정도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깜빡일 때 마다 눈물이 분비돼 강한 빛과 먼지, 티끌 등으로부터 각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눈 깜빡임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안구건조를 막고 강한 빛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눈꺼풀을 닫는 구조도 갖춰져 있다.
한번 깜빡일 때 분비되는 눈물의 양은 0.002㎖라고 한다. 단순히 눈을 적시기만 하는 거라면 1분에 3번 정도 깜빡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1분에 20여회나 깜빡이는 이유는 뭘까.



아직은 추정단계지만 '눈 보호' 목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빈번한 깜빡임의 이유가 최근 연구에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다음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뇌를 리셋(reset)하거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화가 나거나 긴장했을 때는 눈깜빡임 횟수가 더 증가한다.
14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나카노 다마미(中野珠?) 일본 오사카(大阪)대학 교수는 이런 현상이 '인지기능과 관계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2012년 피험자 10명에게 영국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여준 후 어느 타이밍에 눈을 깜빡이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주인공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끝난 순간 복수의 피험자가 동시에 눈을 깜빡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을 깜빡이기 전후에 피험자의 뇌활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기능적자기공명화상화장치(fMRI)로 측정한 결과 주의력을 발휘할 때 활성화하는 뇌영역이 깜빡이는 순간 진정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편안할 때 기능하는 뇌영역은 혈류가 증가하고 활발해졌다. 나카노 교수는 "다음에 올 정보에 대비해 뇌를 리셋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동물도 눈을 깜빡이지만 종(種)에 따라 빈도는 제각각이다. 개와 고양이는 1분에 3번 정도로 적지만 소와 말은 20회 이상으로 사람보다 많다.
교토(京都)대학 영장류연구소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영장류 71종 141마리를 각각 3~5분간 촬영해 눈깜빡임 수를 조사했다. 1분간 꼬리감는 원숭이는 29.8회, 고릴라는 29.4회 였다. 반면 작은 늘보원숭이는 0.2회로 같은 영장류끼리도 차이가 컸다. 몸무게와 주행성, 야행성의 차이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 차이 외에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동료수'가 증가하면 깜빡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류연구소의 도모나가 마사키(友永雅己) 교수는 "눈깜빡임은 시선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도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류 외에도 복잡한 사회구조를 갖는 종에서는 눈깜빡임과 집단과의 관계가 발견될지 모른다"고 한다.

눈깜빡임의 빈도가 상대에게 주는 인상을 좌우하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조셉 텟치 교수는 1980년 이후 모두 10번에 걸쳐 미국 대선후보의 토론회를 분석했다. 공화, 민주 양당 후보의 눈깜빡임 빈도를 비교한 결과 10회의 토론회 중 8번에서 깜빡임이 적은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는 2000년 조지 부시 대통령과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2명 뿐이었다.

오모리 야스코(大森慈子) 진아이(仁愛)대 교수에 따르면 눈깜빡임이 많을수록 상대에게 '친해지기 어렵다', '불신감', '신경질적'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경향이 있다. 오모리 교수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깜빡임 횟수가 적을수록 신뢰감이 증가하지만 너무 적으면 오히려 친해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1분에 12번 전후"가 가장 좋은 인상을 준다고 한다.

오사카 대학의 나카노 교수는 지난달 새로운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피험자 39명에게 TV 통신판매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눈깜빡임을 관찰한 결과 흥미있는 상품이 소개되는 장면에서 상품 소개자와 피험자의 눈깜빡임 타이밍이 일치했다. 눈깜빡임이 흥미와 관심 등 인간 내면을 측정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또 대면대화의 경우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타이밍이 점차 맞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깜빡임이 맞춰진다는 건 대화의 '간격(間)'울 공유하고 있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나카노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간과 "간격"을 공유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인간끼리의 대화에는 언어화할 수 없는 흐름이나 리듬이 있고 눈깜빡임 타이밍에서 인공지능이 그런 흐름이나 리듬을 학습할 수 있게 되면 친해지기 쉬운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lhy5018@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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