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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 물고기 성형, 제트기로 카지노 순례"…슈퍼리치 삶

입력 2018-11-21 11:30

"관상용 물고기 성형, 제트기로 카지노 순례"…슈퍼리치 삶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18.11.02 송고]

싱가포르를 무대로 한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가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영화 속 슈퍼 리치들의 호화생활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물론 영화 속 묘사가 오히려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머리가 이상해질 정도의 부자란다."
이런 대사로 동남아 화교 부호들의 초호화생활을 그리고 있는 '크레이지 리치'는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된 후 3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 현재 세계적으로 약 2천7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달 말에는 중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등장인물이 모두 아시아인인 할리우드영화라는 점에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고급 호텔을 즉석에서 구입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장면으로도 화제가 됐다.

유럽과 미국 언론은 "'크레이지 리치!'에서 배우는 아시아의 융성"(영국 가디언), "세계의 부가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제목으로 이 영화와 아시아의 번영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정확하게 그렸다. 다만 실제 현실이 조금 더 화려할지도 모른다."
싱가포르의 초부호 가문에서 태어난 켄 림(29)이 20일자 아사히(朝日)신문에 털어놓은 영화관람 소감이다. 림 자신도 17세에 창업해 지금은 미국에서 부동산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백화점이 개인소유 제트기로 모시러 오는 투어에 참가했다. 단골손님 20명 정도와 함께한 투어에서 그는 수십억원 어치를 샀다.

세계 각지의 카지노를 개인소유 제트기로 순회하기도 한다. 그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은 애인과 둘이서 타기 위해 대형 여객기를 전세 낸 적도 있다. "어린 시절 유럽에서 멸시당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든 중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서쪽에서 열대어를 판매하는 유진 운은 "돈 쓸데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웃었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물고기 성형수술을 한다. 처진 눈을 올리는 수술이나 꼬리 지느러미를 다듬는 수술 등이다. 이런 고객에게 한마리에 7천 싱가포르 달러(약 576만5천 원) 하는 담수 열대어 아로와나를 판매한다.

주말이면 이 가게 주차장에는 페라리 같은 고급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펜트하우스에서 아로와나 30마리를 키우는 한 남성(50)은 물고기 사료인 새우 구입에만 매달 수백 싱가포르 달러(1 싱가포르 달러는 약 823원)를 쓴다. "그동안 아로와나에 20만 싱가포르 달러를 들였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유명 사교가인 제이미 튜어(44)는 직접 목격한 부유층의 생활을 소개하는 리얼리티 프로 제작을 검토중이다. 20만 싱가포르 달러짜리 송로버섯이 들어가는 요리와 고흐의 그림이 걸린 집, 파티에서 현금을 마구 뿌리는 명문가 자제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부터 미국의 여러 프로덕션에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튜어 자신은 일반 가정 출신이지만 전 남편과 벌인 사업이 성공해 사교계에 입문했다. 파티생활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에 86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의 세계는 배타적이어서 간단히 들어갈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크레이지 리치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중국 아모이대학남양연구소의 야궈투(庄?土) 교수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 있는 화교 5천만명의 70% 이상이 동남아에 살고 있다. 대부분 17-20세기에 중국 남부에서 바다를 건넌 쿠리(苦力. 육체노동자)의 자손들이다.

영국 식민지 정부에서 아편전매권을 얻거나 땅을 사들여 부동산업과 농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자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화교 부자들은 주목받지 않는 존재였다. '크레이지 리치' 원작자로 그 자신도 초부유층 출신인 케빈 쿠완은 "진짜 부자는 신문의 부호 랭킹에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냉전시대 동남아에는 공산세력이 강해 부유층이 눈에 띄는 걸 두려워 했다. 일본의 싱가포르 점령시절 '기부'를 강요당해 재산을 잃은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림이나 튜어처럼 경계감을 느끼지 않는 세대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센 구오튜엔 교수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고 풀이했다.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영주권을 주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유층을 끌어 들였다. "부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부를 감출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부를 과시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중국의 신흥 부유층과의 교류도 이런 경향을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lhy5018@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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