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원은 14일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로 하여금 연명 치료나 인위적인 영양 주입 등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망 선택 유언'(living wills) 법안을 찬성 180표, 반대 71표로 승인했다.
사망 선택 유언이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에 처했을 때 존엄사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유언을 의미하며,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 다수가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단체와 보수 정당들의 반대로 수년째 관련 법안이 의회에 계류된 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날 법안이 통과되자 상원 건물 밖에서 초조히 법안의 향배를 주시하던 존엄사 지지 단체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존엄사 활동가인 마르코 카파토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반기면서도 "안락사의 합법화는 여전히 쟁취하지 못했다"며 "다음 국회에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재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일명 'DJ 파보'로 불리는 이탈리아 남성 파비아노 안토니아노가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마치는 것을 도운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