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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톨릭 반대 불구 존엄사 허용 법안 채택

입력 2017-12-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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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톨릭 반대 불구 존엄사 허용 법안 채택
이탈리아 상원 [ANSA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의회가 가톨릭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존엄사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상원은 14일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로 하여금 연명 치료나 인위적인 영양 주입 등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망 선택 유언'(living wills) 법안을 찬성 180표, 반대 71표로 승인했다.



사망 선택 유언이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에 처했을 때 존엄사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유언을 의미하며,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 다수가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단체와 보수 정당들의 반대로 수년째 관련 법안이 의회에 계류된 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날 법안이 통과되자 상원 건물 밖에서 초조히 법안의 향배를 주시하던 존엄사 지지 단체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존엄사 활동가인 마르코 카파토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반기면서도 "안락사의 합법화는 여전히 쟁취하지 못했다"며 "다음 국회에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재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일명 'DJ 파보'로 불리는 이탈리아 남성 파비아노 안토니아노가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조력자살로 생을 마치는 것을 도운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음악 DJ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던 안토니아노는 3년 전 당한 교통 사고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만 있는 처지가 되자 안락사를 원했으나 이탈리아에서의 관련 법 제정이 지지부진하자 이웃 스위스로 건너가 목숨을 끊었고, 그의 사망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안락사 논쟁이 재점화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탈리아 최고 천주교 기구인 이탈리아 주교회의(CEI)는 "이 법안은 의사들에게 책임을 면해주고, 공공 의료 서비스의 임무를 저버리게 하는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안락사는 잘못된 것이지만, 의사들은 죽음에 저항하려는 헛된 의도로 과도한 치료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ykhyun14@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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