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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기자의 제철미식기행=전어>

김형우 기자

입력 2017-08-21 11:17

<김형우기자의 제철미식기행=전어>
전어회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23일)가 코앞이다. 귀찮은 모기의 준동은 여전한 것 같지만 아침저녁 불어드는 바람은 확연히 계절의 바뀜을 실감케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별미가 있다. 전어(錢魚)가 그것이다. 이미 지난 주말 전남 보성에서는 가을전어의 맛을 전하는 축제도 열렸다.

'가을 전어'는 지금부터 9월까지가 제철이다. 봄에 태어나는 전어는 한여름을 거치며 살을 찌우고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봄에는 100g당 지방이 2.4%에 이르지만 9월경이면 6%로 늘어나고 뼈조차 부드러워진다. 고소한 그 맛으로 '대가리 속에 참깨가 서 말',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올 정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전어는 우리나라 남서해안이 주요 서식지이다. 멀리 동중국해, 일본 중부 이남에도 서식하는데, 수심 30m이내의 연안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맘때 부산, 남해, 여수, 광양, 목포, 군산, 서천, 태안 등 국내 남서해안의 주요 항포구를 찾으면 맛나고 싱싱한 전어를 실컷 맛볼 수 있다.

가을 미식의 대명사격인 전어는 충실한 영양 덩어리이다. 따라서 추어 못지않은 가을 보양식으로도 통한다. 특히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필수아미노산과 콜레스테롤,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하다는 게 영양학자들의 분석이다.

전어를 먹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거든 굵은 소금 흩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낸 구이가 제격이다. 전어 석쇠구이는 노릇노릇 지글지글 소리 내며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고소하다. 집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정도의 고소함이란 바로 몸에 배인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영양을 따지자면 회나 무침이 좋다. DHA와 EPA, 타우린 등은 열을 가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마늘, 양파, 당근, 오이, 깻잎 등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은 지방이 많은 가을전어의 기름진 맛을 덜어주고 담백·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맛 돋우기로는 최고다. 또 뜨끈한 밥 한 덩어리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마무리로 포만감까지 채울 수 있어 좋다.

일부 미식가들은 가을 전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된장에 찍어 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먹어 볼 것도 권한다.

전어는 젓갈로도 유명하다. 젓갈 중 으뜸으로 꼽혀 온 전어 젓은 내장 가운데 하나인 '밤'만으로 담그는 전어밤젓, 전어의 내장만을 모아 담근 '전어속젓' 등 으뜸 밥반찬으로 꼽힌다.

연안에서 잘 잡히는 전어는 우리 조상들도 즐겨 먹던 생선이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적고 있다.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소개했다.

최근 들어 전어의 작황은 들쭉날쭉하다. 몇 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 떼가 창궐해 전어 떼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어 역시 방어 본능으로 큰 무리 보다는 작은 무리를 지어 연안에 출몰하고 있어서 어로작업에 애로를 겪는 중이다.

다행히 올해 전어 작황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많아 전남지역 주요 항포구의 전어 경매 위판량이 지난해 대비 늘었다. 고소한 전어를 즐기기에 좋은 여건이다

가을의 초입은 먹을거리도 풍성해져 미식기행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오는 가을을 미각으로 느껴보는 것, 이만한 계절 맞이가 또 없을 듯하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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