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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전 경영진 성과급 지급 논란 왜?

김세형 기자

입력 2016-05-26 08:58

KB금융지주가 이달초 전 경영진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징계를 받고 퇴진한 전임 회장과 행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골자다. KB노조 측은 "직원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나섰고, 경제개혁연대는 "적절성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다. KB금융은 법적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지만 부정적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타당성 두고 갑론을박 '신경전' 확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초 어윤대·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정확한 금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수십억원 상당의 자사 주식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조직 구성원이 달성한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받는 보수 제도를 말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일정 성과가 있어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KB금융의 이번 성과급 지급 결정은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이다. 전임 회장과 행장이 재임 기간 중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중징계를 받았다는 게 이유다. 임영록 전 회장은 2014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당시 이건호 행장과 갈등을 빚었다. 금융당국은 임 전 회장을 상대로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경영 관리 책임 소홀, 은행법상 내부 통제 기준 준수 의무 소홀 등을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내렸고, 이건호 전 행장도 주전산기 갈등 관련 책임 등으로 '문책적 경고'를 받았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3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당시 박동창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관련한 부적절한 인터뷰를 하고, 미공개정보를 외부기관(ISS)에 유출하는 과정에서 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은 대외비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KB금융은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 법률 위반, 손실 발생 등의 경우, 변동보상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며 "내부통제 및 감독 책임의 소홀로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당국의 제재를 받은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예정된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KB 이사회는 KB금융그룹 전체의 평판이 떨어지고, 지배구조의 위험이 커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을 입증하고, 성과급을 취소하거나 환수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KB금융 노조 측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KB금융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제대로 된 책임 경영을 하지 못했는데도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최근 금융회사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2만여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법적 문제없지만 정서상 불씨 잔존

그러나 KB금융은 전임 회장과 행장의 성과급 지급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정 분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KB금융 측은 "지난해부터 성과급 지급 문제를 논의해 왔고, 더 이상 미룰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어 내규와 외부 법률 검토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의 경우 회장 취임 직전 3년간 사장(2010년 7월~2013년 7월)으로 일하면서 책정된 주식 성과급과 사장 임기 마지막 해 6개월간 재직에 대한 단기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전 행장은 주전산기 갈등 관련 책임은 있지만 임 전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문책적 경고)를 받아 장기 성과급은 미지급하되, 당초 성과급의 50%를 단기 성과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어 전 회장 역시 주식 성과급과 2013년 상반기 회장직 수행에 대한 단기 성과급이 지급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정서상 문제가 발생, 내외부적으로 성과급 지급을 두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경제개혁연대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두고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한 만큼 회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KB와 시민단체, KB노조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과급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KB금융은 논란 최소화를 위해 금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 법적으로도 밝힐 의무는 없다는 게 KB금융 입장이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CEO 연봉도 일정 금액 이상이면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성과급을 밝히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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