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거액 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7년 이상 교도소에 갇히고 청탁 대가로 챙긴 억대 금괴는 몰수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항소심 에서 자유의 몸이 되고 2억3천만원 상당의 금괴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순간에 지옥에서 천당 행운을 얻는 데는 항소심 재판부가 구세주 역할을 했다.
2심 재판부도 뇌물인 금괴(골드바) 5개는 박 경정이 분명히 받았다고 원심을 인정했다. 다만, 추가로 받았다는 1개의 실체를 놓고 운명이 갈라졌다. 금괴를 하나 더 챙겼다는 공소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아 1심 유죄가 면소(免訴) 판결로 바뀌었다. 뇌물액이 줄면서 공소시효가 짧아진 탓이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을 때 소송 절차를 끝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범죄 혐의를 처벌할 수 없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심에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와 뇌물로 금괴 6개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가 유죄로 인정됐다. 그 결과 징역 7년과 소지한 금괴 5개 몰수, 4천34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중형 선고에는 뇌물 혐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형기준이 없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달리 수뢰액 1억원을 넘는 특가법상 뇌물죄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징역 10년 이상이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유흥업주로부터 2007년 금괴를 받았기에 박 경정 단죄에 시점은 문제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검찰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범죄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박 경정에게 금괴를 제공한 유흥업자 오모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박 경정에게) 골드바를 1차로 2개, 2차로 4∼5개 줬다"고 증언했다.
1심은 오씨 진술이 일관되고 뇌물을 준 경위와 정황에 부합한다며 박 경정에게 건넨 금괴가 4개 이상이라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항소심은 금괴 5개만 뇌물로 인정하면서 총 뇌물수수액이 1억원보다 낮아졌다. 금괴 거래 당시 개당 가격이 1천900여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금값이 급등해서 현재 시가는 2억3천만원 정도다.
뇌물액이 1억원 미만이면 특가법상 공소시효가 7년으로 줄고 박 경정은 처벌을 피하게 된다. 금괴를 받은 2007년 7월부터 계산하면 2014년 공소시효가 끝나는데 기소는 지난해 2월 이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