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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음모서적 탐닉... 미국인 테러 사로잡힌 광적 인물"

입력 2015-05-23 21:38

수정 2015-05-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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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음모서적 탐닉... 미국인 테러 사로잡힌 광적 인물"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이 2011년 사살되기 전 가족들에게 무한애정을 보인 반면, 미국인들에 대한 테러에 광적으로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20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오전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라덴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문건 103건과 미국 정부자료를 포함한 각종 서적류 등 266점의 내용을 분석, 공개했다.

이들 자료는 빈라덴이 직계 가족이나 알카에다 지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PDF 형태들의 서적, 싱크탱크 보고서, 미 정부자료 등을 망라한다.
◇ 음모론에 사로잡힌 빈라덴
38권의 영어서적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음모이론과 관련된 서적으로 파악되는 등 빈라덴이 소장한 서적들은 대체로 그가 '음모이론'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더 힐(The Hill) 등 미 언론은 지적했다.

미 정부가 9ㆍ11 테러를 공모했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진주만, 부시 행정부와 9ㆍ11에 관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계몽주의 서적과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에 관한 책부터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쓴 '오바마의 전쟁들', 놈 촘스키의 책, 미 9ㆍ11 위원회의 보고서 등도 있었다.
◇ 미국 공격이 제1의 목표
빈라덴이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 구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도 대량 발견됐다.

그는 알카에다 한 사령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역 보안군과 싸우는데 정신을 팔지 말고 "우리의 주적", 즉 미국을 무너뜨리는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했다.
또 알카에다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적었다.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한 편지에서도 북아프리카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에게 IS(이슬람 국가) 설립을 중단하고 대신 서아프리카 남쪽의 시에라리온과 토고의 미국 대사관과 정유회사 등에 대한 공격을 주문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에도 비슷한 조언을 하면서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 가족에는 무한 애정
반면 가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CNN은 "가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반면, 미국인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공격계획을 세운 돈키호테적 인물"이라고 빈 라덴을 평가했다.

특히 4명의 부인과 20명의 자녀를 뒀던 빈 라덴은 많은 자녀와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으며 부인 중 한 명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한 편지에서 빈 라덴은 그의 아들 칼리드를 알카에다 사령관의 딸과 결혼시키려는 계획에 대해 세세하게 썼다. 또 신부의 어머니와도 여러 통의 편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 아들을 후계자로 여겨
빈라덴은 아들 함자와 함자의 모친인 카이리야와도 긴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애틋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이리야는 이란에서 가택 연금돼 10년을 보냈다.
함자는 2009년 빈 라덴에게 쓴 편지에서 13세 이후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며 "오래 헤어져 있어서 슬프다.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빈 라덴은 카이리야가 풀려나오자 그녀에게 쓴 편지에서 "이란에서 당신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빈라덴은 편지에서 함자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 정보기관 역시 함자가 빈 라덴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의 은신처를 덮쳤을 때 그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20대 후반인 함자의 행적을 미 정보기관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청에 대한 공포
빈라덴은 자신이 도청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살았다.
특히 서방 스파이가 아내의 옷 안에 미세한 녹음 장치를 달아놨을 것을 우려, 한 편지에선 "카이리야(아내)가 이란에서 나올 땐 옷이며 책 등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모든 걸 다 두고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의 가족 역시 미행당하고 있다거나 미국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사살되기 몇 달 전 파키스탄 은신처를 떠날 생각을 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 편지에서 그는 은신처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것에 깊은 좌절감을 토로하면서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은신처를 찾으려면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시는 이 시대의 파라오"
한 편지에서 빈라덴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을 가리켜 "거짓말쟁이, 도살자, 살인자"라며 "이 시대의 파라오"라고 비난했다.
또 부시 전 대통령이 선언한 '테러와의 전쟁'이 미 경제에 상당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이 밖에 공개된 문건에서 빈라덴이 죽기 몇 달 전 중동을 달궜던 '아랍의 봄'에 대해 쓴 메모와 정보기술혁명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 등도 발견됐다.
그는 정보기술혁명이 최근 몇 세기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메모에서 그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물 부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알카에다 전사들의 승진 문제 등과 자살방지 매뉴얼, 조직 내 자금의 이동 등에 관한 서류들도 있었다.
◇ 빈라덴은 게임광?
공개된 자료 중에 '델타포스 익스트림2' 등과 같은 게임 설명서도 상당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게임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혹평을 받긴 했지만 빈라덴 처럼 은신해 있는 사람들에겐 훌륭한 놀잇감이 됐을 것이라면서 빈라덴과 그의 가족 모두 '게이머'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 포르노는 비공개
빈라덴이 사살된 직후 로이터통신은 그가 머물던 은신처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된 최신 포르노물이 상당량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문건엔 포르노물과 관련된 문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브라이언 헤일 DNI 대변인은 "포르노물은 이번 공개 문건 리스트에 없으며 앞으로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sh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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