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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크리트 탈환 이라크군 '오합지졸' 오명 겨우 벗어

입력 2015-04-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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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크리트 탈환 이라크군 '오합지졸' 오명 겨우 벗어
한 달 만에 티크리트 탈환 (AP=연합뉴스) 티크리트 탈환에 나선 이라크군이 31일(현지시간) 무장 차량들과 함께 시 중심부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이라크군이 수도 바그다드 북부 130km에 위치한, 살라후딘 주(州)의 주도 티크리트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티크리트 탈환작전을 개시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이라크군은 이날 오후 IS와 치열하게 시가전을 벌였고 IS가 민가와 관공서 등에 설치한 폭발물을 제거중이다. bulls@yna.co.kr Iraqi security forces attack Islamic State extremists in Tikrit, 80 miles (130 kilometers) north of Baghdad, Iraq, Tuesday, March 31, 2015. Iraqi forces battled Islamic State militants holed up in downtown Tikrit, going house to house Tuesday in search of snipers and booby traps, and the prime minister announced security forces had reached the city’s center. (AP Photo/Khalid Mohammed)

이라크군이 작전개시 한 달 만에 북부 요충지 티크리트 탈환에 성공하면서 '오합지졸'이라는 오명을 간신히 벗게 됐다.



이번 탈환 작전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로 통하는 길목을 되찾는다는 전략적 의미도 있었지만 이라크군 전투력의 시험대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라크군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작전 개시 초기엔 미군의 도움없이 처음으로 단독으로 나섰다가 탈환이 지연되자 결국 25일부터 약 1주일간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티크리트 탈환에 이라크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지난달 31일 직접 승리를 선언한 데서 이런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이라크군은 지난해 6월 IS의 기세에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패퇴했다.

특히 6월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서의 패배는 이라크군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모술을 손쉽게 장악한 뒤 IS의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가 "적들뿐 아니라 우리도 놀랐다"고 했을 정도였다.

수적으로 우세했는데도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기를 버리고 줄행랑을 치거나 일부는 오히려 IS에 투항하기도 했다.

누리 알말리키 당시 이라크 총리의 두 번째 연임이 좌절된 데엔 무기력하게 모술을 IS에 넘겨준 것이 결정타였다.

미국의 지원과 연 400억 달러가 넘는 국방비 지출에도 이라크군이 지리멸렬해진 이유는 알말리키 총리의 실정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3년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후 2006년 총리가 된 그는 2010년 연임에 성공하고서 수니파를 배제한 시아파 중심의 통치를 강행했다.

특히 군부는 문제가 심각했다.
후세인 시절 군을 장악한 수니파 인사가 정권의 몰락과 함께 군복을 한꺼번에 벗어 '인력풀'이 없었던 데다 알말리키 총리의 군 인사 기준은 능력이 아닌 자신에 대한 충성도였다.

심지어 두번째 임기의 마지막 2년은 군을 총괄하는 국방장관과 경찰을 관장하는 내무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자신이 겸임했다.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나서도 물적 지원을 계속했으나 이라크 군부는 '밑 빠진 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알말리키 정권의 시아파 독식 통치가 잉태한 IS 등 수니파 무장조직에 경찰을 포함 100만 대군을 자랑했던 이라크 정부군은 상대되지 않았다.

IS사태 속에 알말리키의 뒤를 이은 알아바디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 뒤 최우선으로 단행한 일이 군 부패 척결과 인사 개혁이었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6월 모술을 버리고 도주한 군 장성들은 처벌 대상에 올랐다.

아울러 티크리트 탈환 작전 성공은 이란의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작전에 동원된 3만 병력 중 시아파 민병대가 2만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 병력을 이란군이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이란과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은 이에 대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미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미군의 지상군 파병까지 요구했다.

미군이 티크리트 작전 막판에 개입한 것은 표면적으론 이라크 정부의 요청 때문이지만 이런 걸프지역 우방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목적도 섞였다고 할 수 있다.

모술로 가는 길목인 티크리트를 탈환하면서 IS 소탕의 정점인 모술 공격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모술 탈환 작전엔 이라크군은 물론,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 쿠르드군인 페쉬메르가, 시아파 민병대, 친정부 수니파 부족 등의 '초당적' 연합군이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hska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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