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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무가베 대통령의 '노욕'…집권연장 정지작업

입력 2014-12-22 23:12

90세 무가베 대통령의 '노욕'…집권연장 정지작업
(AP=연합뉴스)

90세의 나이로 아프리카 중남부 짐바브웨를 34년째 통치, 현존하는 '최고령·최장기 독재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권력욕은 끝이 없다.



최근 또다시 오는 2018년 차기 대통령 선거의 집권당 후보로 지명된 데 이어 장기집권 걸림돌 제거작업과 함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의 정치적 행보를 지원하면서 부인을 후계자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대통령실은 21일(현지시간) 무가베 대통령이 플로라 부카 대통령담당 국무장관과 실베스터 은구니 부통령담당 국무장관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그들의 행동과 업무성과가 기대 이하였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으나 AFP 통신은 이번 조치가 무가베의 유력한 라이벌이었던 전 부통령 조이스 무주루(59·여)에게 동조하는 여당 관계자 제거 차원이 명백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에서 휴가 중인 무가베는 같은 날 보건, 법무, 농업, 노동, 교통 등 5명의 차관도 해임했다.
앞서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9일 후계자로 여겨졌던 무주루 부통령과 7명의 장관을 무더기 해임한 바 있다.
미셰크 시반다 내각 수석비서는 무주루 부통령이 '이해 충돌과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행동'으로 해임됐다고 밝혔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를 계속 다스려온 무가베 대통령은 또 오는 2018년 차기 대통령 선거의 집권당 후보로 다시 지명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지난 6일 수도 하라레의 교외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무가베 대통령을 차기 대선의 당 후보 및 5년 임기의 당 대표로 지명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최근 "죽기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해 강한 권력욕을 숨기지 않았다.

Zanu-PF는 또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49)를 산하조직 '여성연맹' 수장으로 확정, 차기 후계자설에 무게를 실었다.
쇼핑을 좋아해 '구찌 그레이스'로도 불리는 그레이스는 최근 무주루 부통령에 대해 "무능하고 부패한 거짓말쟁이"라고 원색적으로 공격, 주목을 받아왔다.

무가베 대통령도 전당대회 연설에서 무주루 부통령이 자신을 밀어내려고 미국 대사관 측과 공모했다고 협공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퍼스트레이디 그레이스가 남편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그레이스가 정치권 '2인자'인 무주루 부통령에 대한 비판 공세를 높이는 것이 가족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무가베 대통령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스는 최근 한 연설에서 "일부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왜 안 되나? 나 역시 짐바브웨 국민이 아니냐?"라고 반문해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쪽에서는 그레이스를 "탐욕이 이멜다 마르코스와 비교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라며 "국가 주요 수익원인 다이아몬드를 훔쳐 자신의 사치를 위해 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올해 초 딸 결혼식에 51억7천만 원을 쏟아부어 굶주림에 빠져 있는 많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09년에는 홍콩에서 명품 쇼핑을 하다가 자신을 촬영하던 사진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92년 첫 번째 부인인 샐리 여사와 사별한 뒤 1996년 자신의 전 비서였던 그레이스와 재혼했다.

ryu625@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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