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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내탓?…착한 여자가 살찐다"

임정식 기자

입력 2011-11-16 15:03

"모든 게 내탓?…착한 여자가 살찐다"
윤장봉 원장은 "다이어트는 체중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줄인 체중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나쁜 여자가 돼라."

좀 의외의 대답이었다. '살 안찌려면 어떻게 해야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 윤장봉 나우비클리닉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은 "착한 여자가 살찐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착한 사람은 모든 문제를 '내탓'으로 돌린다. 이때 코티졸 분비가 늘어난다. 단 음식을 먹거나, 위를 가득 채워야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습관이 돼서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여자'들은 남들에게는 욕 먹을지 몰라도 자신은 즐겁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안받기 때문에 살이 안 찐다.

비만이 생기는 다른 요인은 없는 걸까. 윤 원장은 유전적인 요인, 식품의 공업화, 육체노동의 감소, 정신적 스트레스, TV 및 컴퓨터 게임의 보편화, 잘못된 습관 등을 꼽았다. 체중을 늘리는 유전자는 누구에게나 있는데, 외부 요인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비만과 관련된 오해가 있다. 흔히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하는데, 이건 다 거짓말이다. 물만 마시면 절대 살이 안찐다. 오히려 굶어 죽는다. 기초대사량이 적어 조금만 먹어도 체중이 잘 늘어나는 것을 과장해서 하는 말이다. 비만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비만인에 대한 연구를 보면 다른 사람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더 먹는 정도다. 지방을 저장하는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진다.

비만은 이제 사회문제가 됐다. 비만으로 인한 의학적, 사회적 비용은 2005년 기준으로 1조8000억원이나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는 비만세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대책이 시급하다.

윤 원장은 "소아비만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교 내 음료수 자판기와 고열량 스낵 판매를 금지시키고, 패스트푸드에서 세트 메뉴나 장난감 끼워주기를 없애는 것 등을 제시했다.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갯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심각하다. 성인이 되어 세포의 크기까지 커진다면, 비만 정도는 거의 '재앙' 수준이 된다.

하지만 비만 환자는 꾸준이 늘고 있다. 더불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다. 왜 그럴까. 대개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동기 부족'인 경우가 많다. KBS '개그콘서트' 코너인 '헬스걸'이 좋은 예다.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에 자신들의 체중을 공개하는 동기와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고 있다. 보통 여성들이 체중을 가장 잘 줄이는 때가 '결혼식 직전'인 것도 비슷한 심리다.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다이어트를 성공으로 이끈다.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출산 후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 직장 여성들이다. 이중 직장 여성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 많이 찾는다. 체형 교정, 지방 흡입을 이용한 체형 성형 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질병과 미용의 개념이 혼재돼 있어 비만 치료가 어렵다.

윤 원장은 원래 신경정신과 전공이다. 15년 전부터 비만 치료를 해왔다. 비만이 정신적인 문제와 관련이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환자와의 장시간 상담을 통해 왜 많이 먹는지, 왜 폭식을 하는지 등 비만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나쁜 여자가 되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선의의 충고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약물 치료는 고민거리다. 윤 원장은 감기 치료에 비유했다.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는다고 3일만에 낫지 않는다. 결국은 2주 가량 지나야 낫는다. 약을 먹으면 열이 내리고 몸살기가 없어지는 정도다. 그는 "다이어트의 괴로움을 줄여주는 약이 있어서 고통을 20% 정도 줄여준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제니칼같이 위장관에서만 작용하는 약은 몸에 흡수되는 성분이 거의 없어서 이를 잘 활용하면 체중을 줄이는 것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식사든 운동이든 '내가 평생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강도로 꾸준히 해서 습관화시커야 한다는 것이다. 요요현상을 줄일 수 있는 비결이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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