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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두산매치플레이서 국내투어 첫우승...김아림의 재발견

정현석 기자

입력 2018-05-20 17:17

수정 2018-05-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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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두산매치플레이서 국내투어 첫우승...김아림의 재발견
박인비 5번홀 티샷 날리고 있다. 제공=KLPGA/박준석

'골프여제' 박인비(30)도 딱 하나 못 이룬게 있다.



국내 무대 우승이다. 그 아쉬움을 자신이 각별히 좋아하는 대회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풀었다. 박인비가 국내 투어 20번째 만에 첫 우승을 신고했다.

박인비는 20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2018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7억원) 결승전에서 김아림(23)을 1홀 차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인비의 국내 무대 첫 우승.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국내 무대 정규투어 우승 한번 없는 당찬 신예의 겁 없는 도전에 마지막 18번 홀까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무대의 최종 주인공은 박인비였지만 경기 내내 골프여제를 압박한 김아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의 큰 무대가 처음인데도 긴장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싱글싱글 웃어가며 유쾌한 라운드를 이어갔다. 대선배에게 컨시드를 척척 주는 여유도 보였다. 그의 표정만 봐서는 세계 랭킹 1위와의 긴장감 넘치는 매치 결승전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박성현을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장타 티샷은 좀처럼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박인비는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한 김아림을 이기며 쉽게 앞서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인비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섣부른 예상이었다. 김아림이 곧바로 평정심을 찾으면서 경기는 박빙으로 흘렀다. 5번홀에서 김아림이 중거리 버디 퍼팅을 홀에 떨어뜨리면서 올스퀘어. 하지만 박인비는 파5 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1홀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김아림의 추격이 거세졌다. 10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올스퀘어를 이뤘다. 김아림은 12번홀에서 어프로치 미스로 먼거리 파퍼팅을 남겼으나 과감하게 성공시킨 뒤 캐디를 향해 머리를 흔들며 기뻐했다. 박인비는 중거리 버디 퍼팅을 아슬아슬하게 놓치며 올스퀘어를 이어갔다.

팽팽하던 흐름은 파3 13번 홀에서 갈렸다. 박인비가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다시 1홀을 앞서갔다. 여세를 몰아 파4 15번 홀에서 파 세이브로 보기에 그친 김아림에게 2홀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국내 무대 첫 우승이 성큼 다가온 순간, 평온했던 마음에 긴장감이 찾아왔다. 박인비는 파3 16번 홀에서 미스샷으로 그린을 놓쳐 보기를 범해 다시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전반에는 긴장을 안했다. 하지만 16번홀 쯤에서 우승 생각을 하면서 긴장해 첫 보기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1타 차 승부. 17번 홀이 승부처였다. 박인비의 세컨드샷은 이단 그린 바로 아래 떨어졌다. 김아림의 회심의 세컨드샷은 홀 근처에 떨어졌지만 백스핀을 먹고 이단그린 아래로 흘러 프린지까지 내려왔다. 버디를 노렸지만 왼쪽으로 흐르며 실패. 박인비도 버디에 실패하며 결국 홀을 비겼다.

결국 박인비는 파5 18번 홀에서 마지막 파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1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천하의 박인비도 오른주먹을 살짝 쥐면서 하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던 순간. 결코 쉽지 않았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국내 투어 첫 우승이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한미일 3대 투어 우승의 기록을 완성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마지막 매치가 힘들었다. (김)아림 선수도 좋은 플레이를 했고, 첫 우승이 쉽게 오지 않는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마지막에 긴장했었는데 우승을 해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상금 1억7500만원과 별도로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를 부상으로 받게 된 박인비는 "뜻깊은 경품인 만큼 현금화 하지 않고 기념으로 할아버지 농장에서 쓰시도록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인비는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한 뒤 오는 26일 미국으로 출국, 31일 개막하는 US오픈에 출전해 시즌 첫 메이저 우승을 노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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