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약자의 눈으로 바라본 K리그 직관(현장 관람)은 하나의 '미션'처럼 여겨진다. 보고 싶은 경기가 생겨도 경기장에 가는 것부터 막막해 고민의 단계에서 포기하게 된다. 용기를 내어 경기장에 도착해도 어디로 가야 계단을 피해 관중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노태형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팀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경기장 가는 것 자체가 꺼려졌다"고 털어놨다. K리그 사회공헌재단 'K리그어시스트'의 곽영진 이사장은 "3년 전 아내가 갑작스런 뇌질환으로 장애를 갖게 됐다. 아내와 여러가지 일상생활을 해보고 있는데, 이전에 몰랐던 불편함을 알게 됐다. 이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게 많다"고 했다.
지난 15년간 K리그 현장 취재를 하러 가는 대중교통에서 휠체어를 탄 팬을 본 기억은 한 손에 꼽는다. 다들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일까? 그럼 자가용이 없는 젊은 팬들은 어떻게 K리그 경기장으로 이동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 '차별없는 접근성'에서 시작했다. 연맹은 K리그 26개 경기장 대부분이 전체 좌석 수 대비 장애인석 수(평균 70석) 비율이 낮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좌석, 접근가능한 출입구 등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했다.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동 약자의 축구 관람권 지원을 위한 K리그 경기장 접근성 향상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연맹이 하나금융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동약자를 위한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 제작에 돌입한 배경이다.
'이동약자를 위한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는 'K리그 어시스트'의 대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맹은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당사자가 경기장 접근성 관련 실사에 참여하여 휠체어를 기준으로 이동 가능한 동선(계단의 유무, 턱의 높이 등)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조사했다. 추국화 국립재활원 장애 발생 예방 교육 강사는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 갔을 때 그라운드와 가까운 평지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맹은 3년여에 걸친 경기장 시설, 주변 대중교통 시설을 점검하고 장애인 입장료 등 정보를 취합했다. 동시에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을 개최했다. 또, 발달장애인 등 정보 소외계층에게 이해하기 쉬운 정보(easy-read)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과의 협업을 통해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정보접근권까지 고려한 포괄적 사회환경 조성 기반을 마련했다. K리그 각 구단 주요 선수, 유명 축구 유튜브 크리에이터 '고알레' 등이 참여한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기부캠페인 '하나 GO라운드'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