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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작년 J리그 13위→올해 첫 우승' 비셀 고베는 '스타'가 아닌 '축구'에서 답을 찾았다

윤진만 기자

입력 2023-11-30 16:53

수정 2023-12-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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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J리그 13위→올해 첫 우승' 비셀 고베는 '스타'가 아닌 '축구…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최근 일본 J리그 우승 판도는 K리그와 비슷했다. K리그는 2017년 이후 전북(5회)과 울산(2회), '절대 2강'이 우승 트로피를 양분했다. J리그에선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4번과 2번 우승하며 2파전을 벌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K리그와 J리그에선 우승할만한 팀이 결국 정상에 오르는 흐름이었다.



올해 K리그가 '울산 천하'로 일찌감치 마무리된 가운데, J리그에선 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비셀 고베가 지난 25일 나고야 그램퍼스와 리그 33라운드에서 2대1 승리하며 승점 68점을 기록, 최종전(34라운드)을 남기고 2위 요코하마 마리노스(34점)와 승점차를 4점으로 벌리며 조기 우승했다. 1995년 창단한 고베는 이로써 28년(일본에선 29년으로 계산)의 기다림 끝에 구단 역사상 첫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2년 산프레체 히로시마 이후 11년만에 등장한 첫 우승팀, J리그 역사상 타이틀을 거머쥔 11번째 팀이다.

고베의 우승을 바라보는 시선은 '당연하다'와 '신선하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베는 2022년 선수단 인건비로 48억3900만엔(약 425억3500만원)을 썼다. J리그 클럽 평균의 약 2배를 지출했다. 2018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2019년 다비드 비야와 같이 세계를 호령한 빅스타를 영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국가대표를 지낸 풀백 사카이 고토쿠, 공격수 오사코 유야, 무토 요시노리 등도 줄줄이 영입했다. 10년 전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주도한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를 도입했다. 2019년 구단 첫 메이저 트로피인 일왕배 우승, 2021년 리그 3위와 같은 결실을 봤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선 울산, 전북과 맞붙기도 했다. 리그 우승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우승권에 근접한 것과 우승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고베에는 특급스타들이 즐비했지만, 고베식 패스축구가 J리그에 먹혀들지 않았다. 2022년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승,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6월까지 감독만 3번 교체하며 크게 흔들렸다. 최종 순위는 13위였다. 시즌 도중에 부임한 요시다 다카유키 현 감독은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이니에스타를 과감히 선발에서 뺐다. 아무리 '국대급' 선수랄지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벤치에 앉혔다.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팀 컬러를 바꾸기 위해선 90분 내내 '팔팔하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나이 삼십대 후반인 이니에스타에게 활발한 공수 전환을 주문할 순 없었다. 결국 고베는 올해 여름 이니에스타와 작별했다. 우승을 위해서 과감한 결단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2022시즌 34경기에서 16번이나 패한 뒤 베테랑들 입에서 "내려 서서 지키는 축구를 하더라도 패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고, 이러한 '각오'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전파됐다. 개인에 의존하던 고베가 올시즌 팀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요시다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아무도 우리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3연승으로 2023시즌을 시작한 고베는 한 번의 연패없이 우승에 골인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전방 압박과 역습을 중시하는 새 스타일로 상승세를 탄 일본 A대표팀처럼, 고베가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리그를 정복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베가 자금력을 갖춘 팀이란 사실을 간과할 순 없지만, 돈을 많이 쓰는 팀이 무조건 우승하는 건 아니다. 다음 시즌 K리그에도 비셀 고베와 같은 '신선한 팀'이 등장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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