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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세대와 무관심'→U-20 월드컵 4강 돌풍 '김은중과 아이들', 진짜 승부는 9일 이탈리아전이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23-06-05 17:15

수정 2023-06-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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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세대와 무관심'→U-20 월드컵 4강 돌풍 '김은중과 아이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요즘 한국 축구의 기운이 범상치 않다. 유럽파 센터백 김민재(27·나폴리)는 한 시즌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 수비수상을 받았다. 미드필더 이강인(22·마요르카)은 한 시즌 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로 성장, 6골-6도움으로 두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 팀을 라리가 톱10 내로 끌어올렸다.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31)은 이번 시즌 약간 주춤했지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윙어라 걱정할 게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리틀 태극전사'들이 5일 아침(이하 한국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서 FIFA U-20(20세이하) 월드컵 4강 진출이란 쾌거를 전했다.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서 연장 혈투 끝에 단신 센터백 최석현(1m78·단국대)의 결승 헤더골로 1대0 승리했다. 2019년 폴란드대회 준우승에 이은 2연속 4강 진출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새벽에 전해진 젊은 태극전사들의 승승장구에 놀라움과 동시에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조별리그→16강→8강→4강까지

'샤프' 김은중 감독(44)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무패로 4강까지 올랐다. 조별리그 1승2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첫 프랑스전에서 예상을 깨고 2대1 승리하면 출발이 좋았다. 미드필더 이승원과 공격수 이영준이 연속골을 터트렸다. 온두라스와의 2차전은 큰 고비였다. 먼저 2실점했고, 수비수 최석현이 퇴장까지 당했지만 김용학과 박승호의 골로 2대2로 비겼다. 온두라스에 패했다면 조별리그 통과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질 수 있었던 경기를 비기며 16강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감비아와의 3차전은 무리하지 않으며 0대0으로 마쳤다.

16강부터는 단두대 매치였다. 에콰도르와 총 5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이었다. 이영준과 배준호의 연속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1-2로 쫓긴 상황에서 최석현이 쐐기 헤더골을 박았다. 막판 1실점했지만 3대2 승리로 8강에 올랐다. 8강서 만난 나이지리아전, 김은중호는 효율적인 실리축구로 연장 접전 끝에 연장전 전반 5분에 터진 최석현의 결승 헤더골로 1대0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의 결승 진출 상대는 이탈리아로 4강전은 9일 오전 6시에 라플라타에서 벌어진다.

▶'골짜기' 세대와 무관심

이번 김은중호는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이들의 움직임과 준비 과정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이건 매체들의 생리이자 시장 논리다. U-20 대표팀이 주목받기 위해선 그 팀에 빅스타가 있거나 스타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 과거 홍명보호나 4년전 이강인, 6년전 이승우가 나선 대회에선 그래도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김은중과 아이들'은 준비 과정에서의 무관심에 서운했을 것이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더욱 그랬다. 김은중 감독은 나이지리아를 잡고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울컥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준비한 부분도 많지만 선수들한테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 부분은 집중력 싸움이다. 끝까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고자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버텨준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경기 연속 귀중한 골을 넣은 최석현을 끌어안았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팀에 대해선 기대가 없었고 우려가 많았다.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역시도 속상해했다. 잠재력이 있는데, 그것조차 인정을 못 받은 게 마음 아팠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인터뷰하는 김 감독에게 달려와 물을 뿌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4강 진출 후 라커룸에선 광란의 축하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저를 포함한 코치진을 잘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우리 선수들 대단하다.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 같다. 고맙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은중의 안목과 코어가 탄탄한 팀 밸런스

김은중을 코치로 발탁해 함께 일해본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김은중 감독은 좋은 지도자다. 열심히 꾸준하며 세밀한 걸 잘 챙긴다"고 말했다. 김은중은 K리그 스타 출신이지만 같은 또래의 이동국 설기현 보다 화려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코치로 일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U-20 감독으로 데뷔했다.

전문가들은 김은중 감독이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서 옥석들을 잘 가려 뽑았고, 또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1~3선의 코어 포지션에 주축들이 밸런스를 잘 잡았다. 센터백의 김지수-중원의 이승원-최전방의 이영준이다. EPL이 주목한 김지수(1m89)와 최석현의 '빅&스몰' 센터백 조합이 수비라인 컨트롤을 잘 했다.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선 프랑스전, 감비아전, 나이지리아전서 대량 실점을 막았다. 볼점유율과 슈팅수에서 큰 열세를 보였지만 수비 밸런스를 끝까지 잘 유지했다. 그 중심에 김지수가 있었고, 최석현은 세트피스에서 단신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위치선정과 높은 점프로 에콰도르전과 나이지리아전서 귀중한 헤더골까지 터트렸다.

중원에선 이승원이 사령관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4도움(1골)을 기록하며 정확한 킥력으로 알토란 같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강한 체력은 물론이고, 공수 템포 조절에다 특히 세트피스(프리킥, 코너컥)에서 정교한 킥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4년전 이강인 처럼 택배 크로스가 일품이다. 상대에겐 이승원의 날카로운 킥이 공포다.

장신의 원톱 이영준은 최전방에서 든든한 버팀목이다. 타깃형인 동시에 움직임의 폭도 넓어 상대 수비 뒷공간을 잘 파고들었다. 프랑스전과 에콰도르전에서 골맛을 봤다. 큰 키를 이용한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보인다. 발기술도 좋은 편이다. 파워만 붙는다면 더 위협적인 킬러로 성장할 수 있다.

▶강력한 이탈리아를 넘고 결승으로 가자

김은중호는 이미 목표 이상을 달성했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체력적으로 피곤하다. 이번 대회에서 5경기를 치렀다. 3승2무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이탈리아를 잡으면 대망의 결승전이다. 다른 4강전에선 우루과이와 이스라엘이 만났다. 이름값만 보자면 이탈리아를 잡으면 내심 우승까지도 노려볼만 상황이다. 4년전 2019년 폴란드대회에선 정정용호가 결승에 진출했고,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져 준우승했다.

김은중호는 이제 이탈리아를 잡아야 한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준결승까지 올랐다. 조별리그에선 2승1패. 브라질을 3대2로 눌렀고, 2차전서 나이지리아에 0대2로 졌지만 3차전서 도미니카공화국을 3대0으로 대파했다. 그리고 16강서 잉글랜드를 2대1로 눌렀고, 8강전에선 콜롬비아를 3대1로 제압했다. 가공할 득점력으로 상대를 두들겼다. 4-4-2 전형을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는 미드필더 카사데이가 6골로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미드필더 발단지, 프라티, 공격수 에스포시토도 득점력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한국 상대로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다. 김은중호가 4년전의 정정용호를 타넘기 위해선 일단 이탈리아를 격파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 승리의 기쁨은 오늘 하루면 충분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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