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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 골? VS 아챔우승?" 김도훈 감독 '픽'한 싱가포르 회장님의 신박한 질문[단독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5-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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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 골? VS 아챔우승?" 김도훈 감독 '픽'한 싱가포르 회장님의…


"라이언시티 회장님이 브라질전 골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중 뭐가 더 좋았냐고 물으시더라."



'ACL 우승 사령탑'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이 싱가포르리그 '라이언시티 세일러스'를 택한 이유는 구단주의 관심과 열정, 그리고 아시아 축구를 향한 클럽의 비전이었다.

라이언시티 세일러스는 18일 오후(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ACL 우승을 이끈 김도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난 4월 팀을 떠난 아우렐리오 비드마르 감독의 후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3년 말까지 2년 6개월이다.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5개월째, 모두가 주목했던 ACL 우승 감독의 행선지가 마침내 결정됐다.

김도훈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자타공인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다. 성남 일화 코치, 강원 FC 코치,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5~2016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았다. 2016년~2020년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2017년 FA컵 우승을 이끌었고, 2019~2020시즌 2년 연속 리그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12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지도력을 공인받았다.

아시아 챔피언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직후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 리그에서 'ACL 우승 사령탑' 김 감독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4월 아우렐리오 비드마르 감독(전 호주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태국 우승팀 파툼유나이티드(ACL F조, 울산과 7월 11일 격돌)로 떠난 직후 싱가포르 라이언시티 구단이 김 감독을 강력하게 원했다. 라이언시티는 1945년 폴리스 스포츠 연합으로 출범해 1995년 홈유나이티드를 인수, 재탄생한 팀으로 2013년, 2018년 리그 준우승, 지난해 8개팀 중 3위에 올랐고, 올 시즌 11라운드 현재 리그 1위 알비렉스 니가타S(승점 24)에 승점 1점 뒤진 2위(승점 23)를 달리고 있다.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소피'를 이끄는 IT 기업가 포레스트 리가 구단주다. 지난해 구단 지분을 100% 인수한 후 올 1월 벤피카 출신 브라질 미드필더 디에구 로페즈를 싱가포르 사상 최고 이적료(180만 유로, 약 24억원)로 영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마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2034년 월드컵 공동유치를 열망하는 시점, 싱가포르 축구의 폭풍성장을 이끌 최적임자로 김 감독이 낙점됐다.

라이언시티 회장이 화상미팅을 통해 직접 김 감독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레전드 골잡이' 김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무엇보다 "팀 우승과 함께 싱가포르 축구 활성화를 통해 동남아 축구발전을 이끌어달라"는 리 구단주, 추춘량 CEO의 제안이 김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라이언시티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팀이다. 팀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비전, 이를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또렷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화상미팅을 했는데 회장님께서 '브라질전 결승골(1998년 3월 28일, 1대0승)과 ACL 우승 중 뭐가 더 좋았는지' 물어보시더라. 위트도 있으시고 싱가포르 축구발전에 대한 각별한 의지가 있는 분이셨다"며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김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싱가포르 최고의 팀을 만들고 싶고, AFC컵 등 동남아리그에서 성장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K리그에 '아세안쿼터'로 올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을 이끌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또다른 도전을 위해 싱가포르에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첫 해외감독은 큰 도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 지도자로서 경험한 것을 싱가포르에서도 잘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축구,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책임감을 갖고 가겠다"면서 "어디서나 자랑스러운 한국축구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울산과 K리그 팬들을 향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몇년간 '욕받이'는 했지만 매순간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던 우리 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ACL 우승을 통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결같이 기다려주고 믿어주신 구단주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님과 김광국 울산 대표님 등 구단 프런트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울산에서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자랑스럽게, 자신있게,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김 감독은 비자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6월 초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오른다. 3주 자가격리 후 AFC컵 시작에 맞춰 7월 초 감독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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