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극단으로 치달을 것 같던 갈등 양상을 감안하면 '극적'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한 타결이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겼다.
수원 구단은 4일 오후 구단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웠다. 이례적으로 '공동' 입장문이란 제목을 달았다. 총 419자, 원고지 2장 정도의 짤막한 내용이다. 너무 간략해서 전문을 그대로 옮겨도 다음과 같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유소년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수원 구단은 합의금 전액을 유소년 팀 육성에 지원하겠습니다. 백승호 선수도 바르셀로나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유스팀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를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백승호 선수와 수원 구단은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더 좋은 경기력과 더 발전한 모습으로 축구팬 여러분께 보답하겠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타 구단 관계자는 "원만하게 해결됐다니 다행이다. 근데 이렇게 간략하게 요약될 일을 왜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일을 크게 만들었는지…"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3월 30일 전북 현대가 백승호 입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수원 구단은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초기 협상에서 합의금에 대한 이견도 너무 컸다. 백승호의 에이전트사도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입장문으로 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등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입장문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이 알려질 경우 논란이 자꾸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구단과 선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는 대승적으로 서로의 상처를 덮고 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수원 구단과 백승호측 모두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도 있다.
수원 구단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수원 구단이 당초 강경 입장에서 양보하면서 가능했다. 사실 '칼자루'를 쥔 쪽은 수원이었다. 소송 제기도, 합의금 조정도 수원이 결정하기 나름이었다. 하지만 수원은 장기전이 불가피한 소송으로 갈 경우 구단과 선수 모두 잃을 게 더 많을 것이란 판단 아래 '소송 카드'를 거둬들였다. 여기서 화해의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누군가 '감정'보다 '이성'으로 접근했기에 가능한 타결이었다. 궁금한 건 많지만 화해했으니 지난 과거는 불문에 부치자는 분위기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