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신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의 말이었다. KFA는 19일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떠나 공석이 된 협회 전무이사 자리에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을 내정했다. 박 신임 전무이사는 27일 대의원총회 승인을 거쳐 전무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정몽규 KFA 회장은 박 신임 전무를 내정한 배경에 대해 "합리적인 성격과 유연한 소통 능력을 갖춰 협회 안팎의 업무를 조율해야 할 전무이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췄다. 또 향후 KFA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무이사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3~4일 전 제안을 회장님께 연락이 왔다. 내가 1998년 회장님이 부산 아이파크를 인수하시면서 당시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그때 인연을 맺었는데, 20년 넘게 흘러 나에게 전무 자리를 제안하셨다. 놀랐다. 회장님이 3선을 하시고, 향후 본인의 소임을 다하시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신 듯 했다. 그 일을 함께할 적임자로 나를 선택하셨다. 고민이 많았다. 다음날까지 한참 생각하고 있는데, '제 마지막 4년, 함께 봉사하시죠'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무이사는 "결심을 하고 전주대 총장님을 맡아 사직 의사를 전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감독직을 하면서도 교수직을 유지했는데, 이제는 협회일에 올인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학교에서는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배는 정박한 배지만, 배는 항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이제 지도자로 현장을 뛰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졌다. 아직 쌩쌩하지만 젊은 감독들이 대세이지 않나. 언젠가 행정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이처럼 갑자기, 큰 자리를 맡게됐다"며 "축구 선수로, 지도자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봉사하는 마음으로 남은 축구인생을 협회에서 최선을 다해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