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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우려, 인천-강원-광주 '논두렁 그라운드'에 선수단도 울상

김가을 기자

입력 2020-09-23 06:00

현실이 된 우려, 인천-강원-광주 '논두렁 그라운드'에 선수단도 울상
1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상주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하프타임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광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인천 경기장 잔디, 너무 위험하다. 기성용(FC서울)도 다쳤다고 들었다."



터질 게 터졌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시한폭탄과도 같았던 그라운드 컨디션이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20일이었다.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경기를 마친 울산 현대의 주포 주니오가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힘든 경기였다. 경기장이 좋지 않을 때는 선수들이 정말 조심해야 한다. 위험하다. 기성용 선수가 지난주 이곳에서 뛰다가 부상했다. 뛰어보니 정말 위험할 것 같다. 앞으로 선수들이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의 잔디 상태의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위험했다. 선수들이 킥을 하거나 스피드를 낼 때마다 잔디 아래 흙이 튀어 올랐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천축구전용구장 외에도 광주FC가 사용하는 광주축구전용구장, 강원FC가 활용하는 강릉종합운동장 및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의 잔디 상태도 도마위에 올랐다. 광주축구전용구장의 잔디는 한 눈에 봐도 썩 좋지 않다. 잔디가 뽑힌 곳, 푹 패여 있는 곳도 있다. 광주의 엄원상은 "잔디가 좋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강릉 역시 태풍의 영향으로 흙바닥을 드러낸 모습이다. 일각에서 '논두렁 잔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한 잔디 상태는 축구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경기력은 물론이고 선수 부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잔디 상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년 그라운드 관리 상태가 우수한 경기장에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여한다. 올해 초에는 기술위원회 내에 시설 발전 방안을 연구하는 시설개선그룹(FDG)까지 뒀다.

이 밖에도 프로연맹은 2019년부터 잔디 전문 연구 업체와 위탁해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측정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 개선 방안 및 관리 방법을 조언한다. 하지만 잔디 문제는 하루아침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잔디는 구단이 직접 관리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경우 축구장 잔디만 집중적으로 유지, 보수할 수 없는 현실적 돈문제가 있다. 잔디를 새롭게 까는 것 역시 예산 문제가 발생한다. 결정을 내리고 시행에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라운드에 좋은 잔디를 깔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궂은 환경 속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시설 완비는 필수다. 일부 구장의 잔디는 배수 시설 문제로 손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장의 축구 전문가들은 "잔디 상황이 좋지 않으면 선수단 경기력은 나빠지고 부상 위험은 높아진다. 볼 간수가 제대로 되지 않기에 거친 몸싸움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잔디는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핑계가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장마, 연이어 발생한 태풍, 곧바로 이어진 폭염에 잔디 관리가 더욱 어려웠다. 잔디와 관련해서는 광주시체육회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시체육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원 구단 관계자 역시 "시에서 새롭게 잔디 작업을 했는데, 태풍 등으로 상태가 나빠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계속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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