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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9점' 매긴 현지 평점,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윤진만 기자

입력 2019-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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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9점' 매긴 현지 평점,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손흥민 9.8점. 케인 10점. 호날두 7.4점.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마치고 일부 매체가 어김없이 선수 개개인의 '평점'을 매기는 걸 보며 문득 떠오른 궁금증. '평점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평점(Ratings)을 맹신해선 안 된다.

지난 23일(한국시각)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츠르베나 즈베즈다간 2019~202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3차전을 예로 들어보자. 손흥민(토트넘)은 스포츠전문방송 '스카이스포츠'와 런던 지역지 '풋볼런던'으로부터 평점 9점의 호평을 받았다. 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그보다 높은 9.8점을 매겼다. 멀티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분명 9점 이상의 평가점수를 받을만한 활약을 펼쳤단 점에서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평점을 매기진 않았지만, 자체선정 경기 최우수선수를 손흥민으로 정했다.

하지만 '스카이스포츠'의 평점기사를 찾아보니 작성자가 '디지털 저널리스트' 론 워커라고 나온다. '풋볼런던'은 토트넘 담당기자 알라스다이르 골드가 각 선수에 대한 평점을 매기고 코멘트를 달았다. 현지의 '주관적 평가'가 '영국 매체'의 '객관적 평가'로 포장되어 팬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기자는 과거 타 매체에 재직할 당시 현장취재한 K리그 경기의 선수평점을 매긴 바 있다.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플레이를 모두 집중관찰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톡톡 튀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던 기억이 난다.

일부 매체의 라운드 베스트일레븐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매 라운드를 마치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11명을 소개한다. 이 선수를 뽑는 건 선수 출신 해설위원 앨런 시어러다. 'BBC' 자체선정 EPL 베스트일레븐도 방송사가 아니라 축구전문가 가스 크룩 '개인'이 뽑는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FIFA 회원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로 뽑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전 세계 취재진의 투표로 선정하는 발롱도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후스코어드'는 그나마 객관성을 띤다. '후스코어드'는 게임 중 실시간으로 계산된 통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팀과 선수 평점을 매긴다. 여기에는 '옵타'의 200여 가지 스탯이 반영된다. 예컨대 상대 공격진영에서 드리블에 성공할 경우 평균평점이 상승한다. 멀티골을 넣은 해리 케인은 10점 만점을 받았고, 1골 2도움을 작성한 에릭 라멜라는 9.3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통계의 정확성을 위한 검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경기 이후에도 평점이 수정된다고 이 매체는 설명한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 등 공신력 높은 언론사와 다양한 축구 클럽에서 '후스코어드'의 평점을 활용하고 있다.

유명 동영상 사이트에서 '현지 평가' '현지 반응' 등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보인다. 예컨대 '다른 국가, 다른 팀 팬들이 생각하는 손흥민'을 궁금해하는 심리다. 그래서 평점과 같은 현지평가에도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부턴 그럴 필요 없다. 평점은 골, 어시스트와 같은 객관적인 기록이 아니다. '특정 매체에서 자체적으로 매긴 점수'일 뿐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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