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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짜낸 지자체, KFA 새 NFC 부지 선정 볼멘소리 "이유라도 알고 싶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19-05-16 05:20

세금짜낸 지자체, KFA 새 NFC 부지 선정 볼멘소리 "이유라도 알고 …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의 새 축구종합센터 부지 선정 프로젝트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솔깃한 사업이다. 수백억원의 지자체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고 해도 유치에 성공하면 지자체의 활력소, 성장 동력의 하나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새 부지 선정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부 지자체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돌연 선정 발표 연기가 됐다. 그후 연기 사유에 대해 그 누구도 문서 하나 보내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축구협회의 최종 제안 요청 공문 하나에 지자체가 '울며 겨자먹기'로 수백억을 더 줘야 할 판이다.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 지자체에 얼마의 실익이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차례 선정이 연기된 대한축구협회 새 축구종합센터 부지 선정이 16일 오전에 결정될 예정이다. KFA는 지난 13일 새 축구종합센터 부지 우선 협상 대상 지자체 1~3순위를 발표하려고 했다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선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협회는 미디어를 통해 연기를 발표했을 뿐 8곳 후보 지자체에 연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부지 선정위원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지 선정위원장은 문체부 차관을 지낸 조현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협회는 선정위원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3차 실사까지 마치고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해당 8곳 지자체와 다수의 축구인들은 선정위원들의 면면을 잘 알고 있다. 축구인 출신 행정가들과 관료 출신 체육 전문가, 대학 교수 전문가 그룹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예산 1500억원(추산)이 투입되는 이번 축구종합센터 프로젝트는 정몽규 회장 임기 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KFA의 살림살이 규모를 몇배 이상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협회 미래기획단이 중심이 돼 진행했고, 일처리가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돼 왔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전국 24개 지자체가 입찰에 응해 1차 서류심사에서 12곳으로 좁혀졌다. 이후 2차 프레젠테이션(PT)에서 다시 8곳으로 좁혀, 지난달 3차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후보 지자체 8곳은 경주시(주낙영 시장), 김포시(정하영 시장), 상주시(황천모 시장), 여주시(이항진 시장), 예천군(김학동 군수), 용인시(백군기 시장), 장수군(장영수 군수), 천안시(구본영 시장, 가나다 순)다.

당초 계획 대로라면 KFA는 4월말 또는 5월초까지 결론을 내고 우선 협상 지자체 1~3순위를 발표했어야 한다. 그런데 계획에 없었던 과정이 추가됐다. 협회는 8곳 지자체에 최종 제안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일부 지자체는 당황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대체 뭘 더 제안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는 기존 PT 때 제시한 지원 금액에다 추가로 200억원(추정)이 넘는 거액을 더내겠다고 협회에 통보했다. 해당 지자체 돈과 도비를 합쳐 1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최종 제안 요청 과정을 두고 축구협회 안팎에서 말들이 많았다. 축구협회는 공평하게 기회를 한번 더 주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일부 지자체에선 이런 예정에도 없었던 최종 제안 요청은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지자체로선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부지 선정위원회는 마지막 결정을 위해 모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선정위원들은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축구인 출신들은 대체적으로 접근성을 강조하면서 수도권 후보지를 주장했고, 전문가 그룹은 협회 가용 예산 등 실리적인 접근에 무게를 두며 상대적으로 지원금의 액수가 높은 지방 후보지에 힘을 실어 준것으로 전해졌다. 매우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추후 법적 검토를 더 해본 다음 정하기로 했다.

8곳 후보지의 장단점은 다 드러났다. 접근성을 우선하면 수도권(김포시 여주시 용인시)이 유리하고, 예산 면에서 실리를 추구한다면 지방권(경주시 상주시 예천군 장수군 천안시)이 낫다. 결정만 내리면 된다. 그런데 선정위원회는 결정의 전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머뭇거리고 있다. '돈'과 '접근성', '지자체의 의지' 등 명확한 평가 기준이 흔들렸기에 벌어진 일이다.

협회는 이번 사업을 추지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또 협회는 최소 비용을 투자해 새 축구종합센터를 갖는 동시에 축구인들의 마음까지도 얻고 싶어한다. 정몽규 회장의 3선 도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정위원들은 후보지 결정이 매우 조심스럽다. 결정의 타당성이 떨어질 경우 후폭풍이 거세게 일 수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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